돈화문갤러리의 유래는 박정희대통령시절의 주치의였던 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전망도 좋고 옥상이 아름다운 곳이지요. 화가인 안명혜 관장의 '아흔 사랑법' 시화집에는 그림 속에 시와 문학이 있습니다. 박연숙 뮤지션도 모델에 사회까지 소화해 내는 크로스 컬처 우먼이십니다. 두 분이 전문분야 그림과 음악으로협업하는 크로스 컬처를 기획하셨습니다. 9분의 중견화가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도 반갑습니다.
지난해 덴마크의 글립토테크미술관을 보았을 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품기증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1882년 글립토테크 미술관은 칼스버그 맥주회사 창업자의 아들인 칼 야콥슨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야콥슨이 세운 인어공주 동상보다 30여 년 전에 미술관을 건립한 것이지요. 미술관의 야자수로 꾸며진 중정에는 젖먹이 아이들이 어머니의 몸에 기어오르는 카이 닐센의 『워터 마더(Water Mother)』조각상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화요일에는 입장료가 무료인데,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립자의 뜻이었다고 합니다. 휘게(Hygge)란 덴마크 사람들의 포근한 공생 느낌에 대한 단어입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궁금했습니다.코펜하겐에서 휘게의 개념을 느낄 수도 있다더니 운이 좋았습니다.
연휴에 국립현대미술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김구림 화가의 작품 '태양의 죽음'이 눈에 띄었습니다. 태양은 항상 노랗게 떠오르리라고 여겼던 관점을 바꾸게 되더군요. 언젠가 본 적 있던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는 겨울비라고 알려진 그림인데 중절모 신사들이 비처럼 내려 낯설었지요. 문학에서도 그렇고, 연극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아이들은 뺑덕어멈으로 한국에도 소개되었지요.낯설게 하기가 예술활동뿐 아니라 일과 삶의 방식에서도 새로운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
요즘 2030 세대들도 그림에 투자를 한다더군요.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세금정책과도 맞물려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도처에 인터넷이 스며든 것도 한 요인일 겁니다. 얼마 전 알폰스 무하의 이모션(eMOTION) 전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100년 전 현대 일러스트의 시조로 알려졌던 분인데요. 화가의 포스터는 1895년 1월 1일 파리 광고탑에 붙자마자 화제가 되었답니다. 삽화가 제롬 두세는 잡지 '레뷰 일뤼스트레'에 "이 포스터는 하룻밤 사이에 파리의 모든 시민이 무하의 이름에 친숙해지게 만들었다."라고 하였는데, 포스터가 아름다워 사람들이 거리의 포스터를 하룻밤사이에 모두 떼 갈 정도였습니다.
생전에 잠에서 깨어나보니 유명해지는 일은 드문 것 같습니다. 고흐와 동생 테오와의 서신을 읽은 부인을 통해 고흐의 작품이 세상에 빛을 발하는 감동의 스토리는 노래와 영화로도 유명해졌습니다. 좋은 작품이 재평가되는 데에는 한 작가의 생이 끝난 뒤에 이루어지는 경향이 아쉽습니다. 생은 짧고 예술은 길어서인가 봅니다. 창작과 전시로 영감을 주고받고 그 여정 안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술 행위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