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엄두도 나지 않던 한 편의 수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다듬을수록 생각이 정리가 되어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논리가 또렷해지며 말도 닮아가는지 조리가 정연해집니다. 새로운 발견에 신이 나서 사소해 보이는 것도 관점을 바꿔 보게 되었지요. 쓰기 위해 읽는다던 의미도 조금 알게 되었고요.
지난겨울 저의 소소한 차량 사고는 온통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상대방도 없는 주차 중이거나 회전 중 긁힘 사고가 있었습니다. 핑곗거리들만 떠올라 당황스럽다가 화가 나더군요. 막연히 분노를 삭이려 글감 같지도 않았지만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자만의 관습에 빠진 제 자신에 관한 진실을 펜으로 옮기고 있었습니다. 분명하지 않지만 제 몸과 정신이 변곡점에 있음을 보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뛰면서 생각하라’는 말에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하지만 멈추어 서서 지난날의 좌절과 갈등을 글로 옮기다 보니 성숙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다른 사람들과 세상사의 여러 모습에서 생각 못하였던 것을 어림해 보기도 합니다. 행동하기보다는 생각이 많은 편이었지요. 그 시절을 후회스럽게만 여기지 않을 여유를 세월이 깨우쳐 주더군요.
초보자가 겪는 실수를 격려로 품어주시던 종로반 김창식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책까지 이미 펴낸 저희 반 선배 작가님들 틈에서 샬럿, 에밀리, 앤 브론테 자매들을 생각합니다. 특히 29세로 요절한 막내 앤 브론테는 ‘써야 할 글이 너무 많은데 죽을 수 없어요’ 라며 아버지 패트릭 브론테에게 울며 토로했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군요. 애정 가득한 합평(合評)을 주신 문우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영예로운 등단을 계기로 책임감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책으로부터 제가 용기를 얻듯이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라도 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코로나19 재감염이 우려된다는 뉴스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군요. 풍문처럼 들려오는 뜻밖의 부고에 숙연해집니다. 겸손한 마음으로그저 펜을 놓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