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이 원복은 상의가 니트다. 조물조물 손빨래를 하거나 울세제 풀어 울세탁을 해서 자연건조 시켜야 한다. 그런데 빨랫감을 뭉탱이로 세탁기에 넣었다가 바로 건조기에 넣는 바람에 원복 니트가 손바닥 사이즈로 줄었다. 치킨 두 마리 값인데 망했다.
집안 살림 우선순위를 매기자면 요리, 청소, 빨래 순이다. 빨래가 후순위로 밀린 이유는 대단히 비싼 옷을 입지 않는 데다가 빨래까지 신경 써서 했다간 내 몸이 남아나질 않을 거 같아서다. 그래도 한 달에 두 번 수건 삶아 쓰기, 빨랫감을 각 맞춰 정리하는 덴 철저하다.
빨랫감을 세탁망에 넣어 돌린다던지, 손빨래를 한다던지, 과탄산소다를 풀어 흰 옷을 깨끗하게 하는 일들은 내게 신의 영역이다. 못하고 앞으로도 안 할 거다. 옷에 관련해서는 남편 옷을 주기적으로 세탁소에 맡겨 다림질을 하거나, 아이들 옷을 철에 맞게, 커나가는 속도에 맞게 제때 구비하는 것으로도 내 에너지가 다 소진된다.
친구들이 아기들 옷을 자연건조 시킨다는 말에 흠칫 놀랐다. 나만큼이나 빨래에 무성의한 사람은 없구나 싶었다. 이제는 아예 건조기를 막 돌려도 무관한 옷들만 사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실 아이들 옷을 제외하고 옷을 거의 사지도 않는다.
그나저나 내일 원복을 입혀 보내라는 선생님의 메시지가 왔는데 줄어든 니트를 대신해 초록색 가디건을 입힐 건지, 아니면 치킨 두 마리를 덜 시키고 새로 원복 니트를 마련할지 고민이다. 사소함을 사소하게 여기고 싶어서 빨래만큼은 사소하고자 했는데 그 사소함이 이런 불상사를 불러일으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