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보면 어느 날은 내 자신이 슈퍼우먼 같이 멋지다가, 어느 날은 이도저도 못하는 모습에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어제는 수안이가 등원길에 장난을 치다가 앞으로 고꾸라져 넘어졌다. 코부터 입까지 싹 긁히고 피가 났다. 수안이가 패딩 안으로 팔을 빼서 넣어 걷다가 일어난 참사였다. 펄럭이는 팔을 내가 잡았고 나를 따라오지 못한 수안이가 넘어졌는데 손으로 땅을 짚지 못하니 얼굴이 그대로 바닥에 닿은 거다.
하필이면 그날은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공연을 하는 날이었다. 수안이가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아 길에서 한참을 있었다. 겨우 우는 아이를 달래 약국에 들어가 약을 사 바르고 등원을 시켰다.
그날 저녁 공연을 한 영상이 도착했다. 영상에선 수안이가 울음을 멈추고 율동을 열심히 따라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어떻게 울음을 그치고 율동을 할 수 있었냐고 물으니 "내가 할 수 있다고 딱 생각을 하니까 할 수 있었어, 엄마가 그랬잖아". 나는 아이가 못한다고 말할 때 "못한다고 생각하면 못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진짜 할 수 있어"라고 줄곧 말해줬었다.
영상을 보면 버벅거리며 율동을 따라 하는데 자신하는 수안이가 웃기기도 하고, 내가 늘상 하던 말을 기억해 결국 해낸 수안이가 대견하기도 했다. 부모의 말은 아이에게 새겨진다. 말에는 힘이 있어서 그대로 된다. 부모는 말을 뱉기 전에 곱씹고 곱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