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에서 이틀 만에 웹 서비스 런칭하기
아주 심플한 웹 서비스이다. 이름은 '생리데이 카드'
그녀의 생리데이에 간단한 카드를 보내라. 그저 당신이 생리주기를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 혹은 잘못 계산했다 하더라도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감동 터진다. 빼빼로데이? 발렌타인데이? 그딴 거 챙겨주는 것보다 생리데이를 챙겨줘야 한다. 왜냐면, 생리데이는 존나 거지 같기 때문이지. (ㅅㅂ)
어쩌다 보라카이에서 '생리데이 카드' 웹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나.
보라카이. 어딜 보아도 디스커버리 채널이었다. 이런 에머럴드 바다에서 수영을 해도 되나. 몸이 황송하더군. (Diniwid 해변가는 진리입니다...) 신은 필리핀에게 최고로 아름다운 해변가를 선물하였고, 또한 동시에 최악의 우기를 선물했으니..
곧 우기가 시작되었다. 비가 겁내 왔다. 스콜성 비라서 잠깐 내리고 그치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계속 왔다. 하루 종일, 그다음 날도, 그 다다음날도. 그렇게 4일 연속 비만 왔다. 하늘에 구멍 뚫린 줄... (그리고 그 다음날, 정말 거짓말처럼 맑은 날씨가 등장. 헐)
결국 감기에 걸렸다. 두루마리 휴지를 달고 다니며 코를 풀었다. 지금도 코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입으로 숨 쉬면서 쓰고 있다. 한여름에 감기라니 이런 젠..... 하는데
생리가 시작되었다.
즉, 장마 + 감기 + 생리 = 대자연님 어쩌라는 거니?
항상 생각한 것이 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생리 고통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한 달에 한번 걸리는, 마법에 걸리는, 장미축제, 매직데이,... 워워 생리를 그냥 '생리'라고 부르자고. 그래 이 망할 '생리데이'?! 생리데이? 오오? 어차피 비 와서 나갈 수도 없고, 생리에, 감기에, 대자연의 저주에 걸렸으니. (하하하하 대자연 이 정말이지 ㅅㅂㄹㅁ 자식) 집에서 코딩 이나 해서 생리데이를 존나 축하하자.
장마+감기+생리 = 이틀 동안 코딩만 해서 '생리데이' 웹서비스 런칭
그렇게 생리데이가 탄생했다. 어떻게 만들었냐? 니꼴라스님이 만들었습니다. HTML, CSS, JAVASCRIPT, REACT, DJANGO를 사용했답니다. 나는? 헴헴. 기획, 디자인, 번역, 감수, 마케팅 등등 개발 빼고 다 했다. 대충 진행사항은 이러했다.
1. 우리 망했다. 이렇게 된 거 ㅅㅂ '생리데이 카드' 웹 서비스 만들어보는 게 어때?
2. 대충 플로우는 이러함. 남친이 생리데이에 카드를 보내는 거야. 재미난 메시지와 작은 선물을 보내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거지. 옛날에 유행한 웹 카드 서비스 비슷하게.
3. (니꼴라스) 영어로 대충 만들어보니 이러함. 어때?
4. (린) 플로우 쪼금만 바꾸고, 내가 한글 메시지랑 이미지 보내줄게. 이거 공유할 수 있게 카카오톡 붙여줘
5. 한글 패치 붙이고, 테스트를 해보자.
6. 끝
워낙 심플한 서비스다 보니까, 기획이라고 할 것도 없이 금방 만들었다. 만들면서 여성 생리에 대한 고통에 대해서 더 이해하게 되었으며 (응?) 이렇게 잉여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꽤나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보라카이의 거지 같은 인터넷 스피드, 게다가 심지어 가끔 정전까지 되는 전력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
무엇보다 오픈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목표, 기획, 의도가 명확하면 (생리하는 여성에게 카드를 보내서 행복하게 하라), 서비스 런칭 자체는 꽤나 빠르게 진행된다. 문제는 개발인데, 니꼴라스가 딱 2일 만에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짝짝짝. 개발 쪽으로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궁금하면 여기로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참고로, 최근 제주 코딩 캠프를 마친 후에도 개발 강의 관련 문의가 쏟아져서 온라인 수업을 런칭했다. 이제 온라인에서 니꼴라스랑 코딩을 공부할 수 있다. 무려 카카오톡을 클론 하면서 html, css를 배울 수 있다는!
http://academy.nomadcoders.co/
2개의 두루마리 휴지, 1번의 말다툼, 4일간의 비,
그리고 생리데이가 런칭되었다. with ❤️ 오! 해피! 생리데이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