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nn Dec 22. 2017

불안하지. 그리고 그건 당연한 거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눈을 뜨면 대략 9시-10시 사이 어딘가이다. 커피를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부스스 일어나서 좀비 같은 몰골로 거실로 향한다. 바람. 새소리. 커피 냄새. 그리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어제 보았던 발리우드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한번 발리우드 댄스를 따라 해 보겠다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요가를 하다가, 페이스북을 켜면....


정말 하룻밤 사이에도 많은 일이 있었구나. 눈이 휘둥그레진다. 시끌시끌한 코인 판은 말할 것도 없고, 스타트업, 그리고 연말이라서 정말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들이 매일매일 열리고 있는 듯하다. 이를 바라보다. 떠오르는 단상과 느낌.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호흡이 바뀌고, 재빨리 요즘 돌아가는 트렌드가 어떠한지 체크한다. 내가 놓친 것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요즘 핫하다는 미디어, 블로그에 들어가서 확인한다. 그렇게 바쁘게 웹 서핑을 하는 와중에, 길냥이가 와서 내 발을 비비면서 냐옹-


치앙마이에서 하루에 보통 4-6시간 정도 일 한다.

일상의 모습은 대략 이러하다.


오전 9시- 10시. 기상. 커피타임
오전 11시 - 12시. 요가
12시 - 1시. 간단히 먹고 동네 카페로 이동
오후 1시 - 6시. 업무 (5시간)
6시 - 9시. 저녁 먹고 이야기
9시 - 11시. 영화를 보거나~ 일을 더 하거나~
11시 - 취침


그렇게 나름 열심히 일을 하고, 하루를 보내고, 마감하는 저녁이 되면 침대에 앉아서 생각해본다. 오늘 하루는 어떠했나. 이런 일이 있었구나. 내일은 어떻게 보낼까. 그리고 다음 달은, 그리고 이후에 어디를 가게 될까.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불안하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나? 


나는 잘 살고 있다고,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졌다고. 그리고 나의 프로젝트도 열심히 키우고 있고, 제법 돈도 잘 벌고, 살만해졌다고 고개를 쳐들지만, 반면 마음 한편에 똬리를 트고앉아있는 것이 있다. '불안'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연말이라서 그런 걸까? 이 '불안'이라는 녀석이 점점 더 커져서 영 고구마를 10개 먹은 거 마냥 답답하다.


어제 엄마와 통화를 했다. 거의 1시간을 통화했는데 결국 엄마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렇게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엄마가 원망스러워서 퍽 서글펐다. 2015년 퇴사를 하고 세계여행을 빙자한 방황을 시작했을 때 다들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한 1-2년 정도 저렇게 떠돌아다니다가 말겠지.

저러다가 말겠지.


하지만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난 오늘도 난 치앙마이에 있고, 그다음엔 여기를 가봐야겠다. 이제 이런 걸 더 공부해야겠다 등의 방랑(?) 계획만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 그렇게 돌아오지 않는 (?) 나 자신이 부모님으로선 당황스러우셨겠지. 하기야. 나도 나 자신이 당황스러운걸. (...) 그리고 나도 좀 불안하긴 한 걸... 


괜찮다! 잘 하고 있으니까, 힘을 내!

혼자서 여기까지 온 네가 대견해!

불안하지? 그건 당연한 거야. 


나 자신에게라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새로운 길을 열심히 개척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해서 그 길을 걷고 있는다 하더라도, 힘이 들고 외로운 것은 당연하다고. 그리고 그래서 불안하고 외로운 것도 당연한 거라고. 자기 자신 외에는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을 수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자유(自由)는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 신영복


그래. 그렇게 자기의 이유를 안다면, 누군가의 지지나 응원이 없더라도, 불안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따박따박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겠지. 그게 '자유'를 찾는다는 뜻이겠지. 


자기의 이유를 아는 고양이는 참 당당한 것입니다.


대도시에서, 부대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근사한 명함 없이 살아도, 누구나 다 아는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결혼하고, 애를 낳고 살지 않아도, 소소한 이런 삶도 꽤나 멋지고, 건강하다고. 누가 우리 엄마한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뭐. 언젠가 내가 그렇게 엄마에게 담담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더 강해져야겠다만. 

매거진의 이전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