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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Apr 01. 2018

어쩌다 에스토니아에서 창업하게되었나

E-residency 전자 거주권, 이라고 들어보았소?

...그리고 그 다음에 에스토니아에 가.
에스토니아? 거긴 어디야? 왜?
거기서 창업을 하려고.
?????? 왜?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까. 머뭇거리다가 일단 이렇게 얼버무렸다.


에스토니아는 창업하기 좋은 국가야,
특히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에게!

에스토니아에서 창업을 한다고 하면, 당연한듯이 돌아오는 ‘왜’ 질문에 대답을 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아니 사실 나 역시도 에스토니아는 당췌 어디 붙어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미지의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한국, 홍콩, 싱가폴, 미국도 아닌... 이름도 어려운, 에스토니아에서 창업을 하냐? 드디어 내 자식이 파나마 같은 조세피난처 국가에 회사를 차리는 건가.. 라는 표정을 하고 있는 부모님의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나 자신을 위해서 이 글을 써본다. (눈물 좀 닦고)


파나마 ..... 아니구요...


(보편적으로) 창업은 쉽다.

사업자 등록, 통신판매업 신고, 개인 사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법인 설립도 쉽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려워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수익을 창출하여 나라에 세금을 내겠다고 신고하는 것인데 당연히 레드카펫 깔아주셔야 하지 않겠는가. 2018년 현재 요즘은 방문할 필요도 없이 온라인으로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클릭 한번으로 신규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디지털 노마드의 창업은 약간 상황이 달랐다. 제대로 이제 프로젝트 키워서 사업 좀 해보겠다는건데, 이게 이렇게 어렵다니!!


디지털 노마드, 즉 정해진 거주지 (residency)가 없는 사람들의 창업은 어렵다.

디지털 노마드로서 창업을 하는 건 그닥 쉬운 일이 아니었다. 노마드는 결국 정해진 거주지 (residency)가 없는 사람을 뜻한다. 대부분 행정, 금융기관들은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고 은행 계좌를 열어주거나 창업 서류에 승인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외국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온라인 비즈니스, 그리고 정해진 거주지가 없는 디지털 노마드로 창업을 하게되면 크게 3가지 어려움이 있다.


(1) 거주지 등록 (해당 거주지와 사업과의 연관관계를 증명해야함)

(2) 디지털화되지 못한 행정

(3) 불명확하거나 복잡한 세무


온라인으로 전세계의 불특정 다수에게 노마드로 생활하면서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는 나의 경우는 일단 1번에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폴의 경우도 창업시 해당 사업 내용이 해당 국가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 (일자리 창출 등) 소명해야하고 설명 해야한다. 그뿐인가! 나의 동업자는 콜롬비아 출신 외국인이란 말이다!


전세계 불특정 다수에게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
동업자는 콜롬비아 출신 외국인,
정해진 거주지가 없는 노마드,
=>> 보편적인 창업은 어렵습니다.


이러려고 창업하려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한국? 외국인이 창업 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

일단 해당 외국인이 외국인등록증이 있어야 하는데, 이 등록번호는 한국에 90일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에게만 주어진다. 그러면 해당 비자는 어떻게 구해야할까? 놀랍게도 취업이나 유학이 아닌 사업자 등록을 위한 비자는 D8, D9, F 비자와 같은 자본금 1억원 이상의 투자 비자로 매우 제한적이다. 내 동업자가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나도 몰랐을 참담한 현실이다. 외국인이랑 사업 하지 말라는거요......


홍콩 그리고 싱가폴의 경우는 다를까?

유명한 디지털 노마드이자 연쇄 창업가 중 한명인 Pieter Levels의 법인 및 은행계좌가 홍콩에 있는 것에 착안하여 시야를 바로 홍콩으로 돌렸다. 사업하기 쉬운 국가 리스트 Top 5에 항상 드는 홍콩 그리고 싱가폴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으나 현실은 ‘거주지 등록'  앞에서 무너졌다. 홍콩, 싱가폴에서 창업시 모두 은행 및 정부 웹사이트에서는 요청하는 서류만 준비하면 문제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파심에 여러 커뮤니티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최근 여러 이슈 때문에 서류에 대한 심사가 엄격하며, 거주지와 사업간의 연관관계를 증명해야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미국은 다르지 않을까?

한숨을 푹 쉬면서 Stripe 웹사이트를 살펴보다가 The best way to start an internet business 라는 말에 혹해서 클릭! 알게된 것은 바로 Stripe Atlas 프로그램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스리랑카까지! 120개국의 국가의 창업자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온라인 서비스 회사에 한정하여, 미국 델라웨어 주식회사 설립을 할 수 있게 원클릭으로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500불만 내면 설립, Tax ID, 은행 계좌, Stripe 계좌까지 한번에 해준다고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리콘밸리가 괜히 생긴 게 아니라고 중얼거리며 검색을 자세히 해보니까 역시나 여기서도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세금이었다. Stripe Atlas 프로그램으로 창업을 한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니 다들 미국의 관료적이고 까다로운 세금 시스템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었다. 문득 올라온 한 서류를 살펴보니 영 이해할 수 없는 단어로 가득 차있어서 마치 국세청 외계어 페이지를 보는 듯 하였다. 아. 망했구나.... 한탄하는 나에게 에스토니아가 나타났다.


디지털 펄슨. 바로 너를 위해 준비했어.


거주지를 e-residency (전자 거주권) 로 제공
국적 상관 없이 회사 설립 가능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원격관리 서비스
클릭 한방으로 법인 설립, 세금 납부 가능

놀랍게도 에스토니아는 모든 제약사항 - (1)구닥다리 행정, 세무 업무 (2)거주지 중심의 창업환경 - 에서 벗어난 100% 디지털화한, 심지어 거주지 마저 디지털로 제공하는 전자 거주권 (E-residency) 중심의 디지털 창업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통계상으로 e-residency를 실제로 부여받은 사람들의 국적은 무려 140여개가 넘는데 리스트를 체크해보니 미국에서부터 인도, 파나마, 피지까지 다양했다. 그렇다. 이곳은 정말 열려있는 곳인것이다!

뭐? 세금 신고가 3분이면 된다고?!?!


에스토니아의 가장 큰 장점? 바로 행정 피난처라는 것!!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나와 같은 케이스가 있을 것이라고 디지털 혁신으로 무장한 이 국가는 이미 알아차린 것이다. 조만간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창업가들은 거주지 중심으로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며 (당연한 것 아닌가?) 그리고 온라인 중심이기에 방문 필요 없이 디지털로, 클릭 한번으로 세무 및 행정 처리를 원할 것이다.


Tax Haven 조세 피난처 (X)
Management Haven 행정 피난처 (0)


매번 부가세가 뭔지, 소득세가 뭔지, 항상 복잡한 세무 단어들과 맥북으로는 도무지 접근도 할 수 없는 국세청 웹사이트를 보면서 한숨을 오백만번 내뱉었던 나에게 너무 와닿는 단어 였다. "행정 피난처" 명쾌한 소득세 설명과 납부 방법은 물론 이거니와, 제3세계 출신 국가의 창업가들도 그들의 열악한 창업 환경에서 벗어나 에스토니아라는 가상 거주권을 통해서 창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그들의 스마트한 정책에 매우 심히 감탄했다.


UN이랑 이런것도 합니다!

당신이,


- 디지털 노마드 라면 (정해진 거주지가 없음)

- 온라인 비즈니스를 중점적으로 한다면 (디지털 행정처리)

- 외국인과 동업을 한다면

- 특히. 제3세계 출신 국적이라면


그렇다면. 에스토니아를 한번 알아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나는 이름도 생소한 이 나라에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좋아. 에스토니아에서 창업을 해보자!  

이왕 이렇게된거, 탈린에서도 한번 살아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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