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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 Oct 10. 2021

무한경쟁

Don't Compete. Just Be You.

한동안 글이 뜸했다.

글을 쓸 시간도 없었지만. 당최 글을 쓸만한 주제도 없었다.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글을 쓰지 말자 주의였는데. 오늘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렇게 팔딱이면서 고민하는 이 현상 자체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바로 그때의 기록이 중요하다. 다 지나고 보면 항상 다 뭉뚱그려지고. 뭐 이렇게 힘들었는데 다 해결하고. 지금은 좋습니다~ 뭐 이따구로 아무런 것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니 더더욱. 삽질하는 기록들은 그리고 고민하는 흔적들은 다 기록해두어야 한다. 왜냐. 우리는 어차피 성공의 영광스러운 기록만 읽기 때문에, 이러한 삽질 기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왜 그렇다면 삽질인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

노마드코더를 시작했던 2017년에만 하더라도. 코딩이니 뭐 네가 퍽이나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노마딩이라는 것이 트렌딩 하던 시절이라고 기억한다. 그래서 유튜브도 처음엔 코딩에 대한 영상이 아니라 노마딩 영상으로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그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영상이 '다낭 살기'의 기록이었음을 기억한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 덕분에 (?) 정말이지 전 국민 코딩 공부 열풍이 불어닥쳤다. 너도나도 코딩, 프로그래밍을 공부해야 하는 그런 시절이 온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덕분에 (?) 비대면 수업. 즉 온라인 강의 열풍까지 겹치면서, 코딩 온라인 공부에 대한 수요는 말 그대로 뽱 터졌다.


아. 그래서 꿀 좀 빠셨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글쎼요"가 되겠다. 

유저가 늘었고. 덩달아 일도 늘었다. 노는 듯. 일하고. 노마딩하며 일하던 즐거운 시절은 다 갔고. 서울에 처박혀서 '용산 코더'가 되어서 일만 하며 2년을 보낸 것 같다. 과도한 업무에 허리가 심히 많이 아팠고. 병원비가 적잖이 깨졌으며. 코로나19가 아니라. 허리 디스크 때문에 여행은커녕 마실도 못 나갔다. 매출은 늘었지만, 동시에 지출도 그만큼 늘었다. 삶의 퀄리티는? 코로나 19 이전보다 나빠졌다. 객관적인 수치는 좋아진 것이 많은데, 주관적인 만족도는 내려갔다. 군살은 늘어나고. 눈은 더 침침해지고. 체력은 더 빙구가 되었다. 이게 뭐지.


뭔가를 해야겠는데. 뭔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바야흐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역시나 fast follower의 달인인 한국! 수많은 코딩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고. 노마드코더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 그런데. 그 무언가가 무엇이지? 아니. 무언가가 필요한가? 그냥 이전처럼 하면 안 되는 건가? 아. 그런데 그 무엇보다. 경쟁이고 뭐고 다 피로하다. 꼭 반드시 경쟁해야 하는가? 경쟁하지 않고 안빈낙도 할 수는 없는가? 돌파구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No one can compete with you on being you. 라는 문구를 읽고 위안을 얻었다.
맞아. 지금 여기까지 온 것도.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이 되는 것에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충실했기 때문이니까. 아. 그런데. '나 자신'이 무엇이었지? 그게 뭐였지? 욕망의 도시 서울에 살면서 그마저도 다 흩어져버린 것 같다. 욕망의 전쟁터인 유튜브를 하면서 그저 대중의 욕망을 읽는데 급급하다 보니 그마저도 잃어버린 것 같다.

젠장.


매거진의 이전글 '노마드 코더'를 운영한 지 4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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