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를 적는 것은 매년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심지어 작년 6년 차는 회고 작성을 건너뛰었다. (으악) 그리하여 7년 차 회고를 적게 되니 글을 눌러 적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더더욱 무겁고 더디게 느껴진다.
왜일까? 아마도 지난 1년을 나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고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 결론을 작성하여야 한다는 중압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솔직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규칙은 덤이다. 이걸 적어서 뭐 하나 싶지만 동시에 미래의 내가 고마워할 것이라고 주억거리면서 끄적끄적 일단 적어보자.
7년.
사업을 꾸린 지 7년 정도가 되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염려가 없을 줄 알았는데, 갓뎀... 여전히 고민은 끝이 없다.
커뮤니티. 커뮤니티. 커뮤니티.
손정의 회장은 AI를 3번 외쳤지만. 난 커뮤니티를 3번 외치고. 거의 초창기부터 커뮤니티에 집중했다. 수많은 경쟁사들이 생기고, 아무리 전액 무료인 강의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단 2가지는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거다.. 고 장담했다. 첫 번째는 압도적인 니꼬의 강의력 (훈훈한 얼굴과 입담은 플러스!)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의 커뮤니티! 특히 최근 2년간 노마드코더는 커뮤니티 빌딩에 더욱 집중을 했고, 멋진 성과를 일구어냈다.
이전에는 슬랙 중심의 꽤나 덩치가 큰 (*3만 명..?) 무료 커뮤니티였다면, 지난 2년간 작지만 알찬 유료 커뮤니티를 디스코드 중심으로 빌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디스코드 멤버는 1천 명인데, 이 한 명 한 명이 예사로운 멤버가 아니다. 그들은 무려 10주간이나 집중해서 매일 강의를 듣고 과제를 풀어나갔던 멤버들인 것이다. 멤버분들 역시 다양한데,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심지어 머나먼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접속하셔서 스터디하는 멤버들도 있다. 스터디 프로그램 덕분에 나 또한 소속감을 두텁게 느끼면서 (!) 일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으니, 정말 고맙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으로는 슬랙이 아닌 디스코드로 결정하고 이사를 강행했는데, 그 역시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디스코드는 점점 더 참여형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덕분에 다양한 봇을 활용하면서 찐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개발자들로 하여금 디스코드를 플랫폼으로 하여 각종 앱 및 게임을 릴리즈 할 수 있게끔 SDK까지 출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오프라인 중심이 아닌. 온라인으로도 끈끈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까?
린. 니꼬. 크루 중심이 아닌. 수강생 중심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까?
새로운 멤버들이 소외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조성할까?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우리만의 '시스템' '틀'이란 무엇일까?
몰입하여 스터디하는 것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커뮤니티는 어떤 걸까?
매 기수마다 꼼꼼히 피드백을 살펴보고, 회고를 하면서 항상 조금씩 수정하여, 점진적으로 꾸준히 커뮤니티 시스템을 성장시켰다. 그 덕분일까. 재참가율이 25%에 육박하는 커뮤니티로 자라났다. 금전적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무려 10주를 투자해야 하는 스터디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정말 고무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를 시스템적으로 정착시켜서, 이젠 스터디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이렇게 아가를 출산하고, 육아할 수 있었으니... 정말 만세다!
유튜브 말고, 뉴스레터.
아쉽게도 지난 2년간 유튜브는 성장하지 못했다. 자극적인 숏츠가 난무하는 유튜브 세상에서 코딩. IT를 영어로 설명하는 노마드코더 채널은 아무래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은 것이겠지. (ㅠㅠ) 어찌 보면 우리에게 더 잘 맞는 플랫폼은 뉴스레터라고 생각해서 지난 2년간 뉴스레터에 심혈을 기울였다. 뉴스레터 메인 토픽 글감을 매주마다 찾아 헤매는 것이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덕분에 나도 공부한다고 생각하며 무려... 7년째......! 뉴스레터를 이어나가고 있다. 하하. 뉴스레터를 보면 참 7년간의 일기가 쌓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발송한 뉴스레터가 벌써 250호!, 평균 오픈율은 30% 정도 된다.
Start Small, Stay Small
기존의 시리즈 A니 뭐니 투자받아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이젠 AI 덕분에, 슈퍼 1인 기업 혹은 5인 남짓의 소기업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실제로 그런 사례가 넘쳐흐른다. 혼자 창업해서 연수익 00억을 올리고 있어요... 뭐 이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무려... 10여 년 전 첫 창업 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와 비교하여 툴과 인프라가 비교할 수도 없이 너무 좋아졌다. 이전엔 결제모듈 하나 마련하는 것도 일주일이 걸렸고, 소비자 응대를 위해 직접 070 전화를 받고는 했었는데 말이다... 요즘은 챗봇, 더 나아가 AI 챗봇이 알아서 척척 응대를 해준다. 효율이 진짜 너무 좋아져서, 이젠 소규모의 인원으로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 (한편으론 그것이 무섭기도 하다.)
개인적인 성향상으로도 강남에 사무실 내고, 00억을 투자받고,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것과 나 자신은 참 거리가 멀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팀 멤버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다들 '일과 삶의 균형' '같이 일하는 사람' '효능감' 등등을 언급했다. 나도 몹시 공감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뭘까 생각해 보았더니... 역시나 나에게 중요한 것은 '자유' 였던 것이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자유. 원하지 않는 일이면 (예를 들면 정부지원사업과 관련된 수많은 서류 작업 같은 것..) 안 해도 되는 자유. 귀여운 아가와 행복하게 육아하며 일할 수 있는 자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하며, 나의 스피드에 맞추어 일할 수 있는 자유. 그렇게 내가 원하는 속도로, 탄탄하고 실속 있는 강의를 만들고, 건강한 수강생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자. 그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감사하다.
노마드코더 덕분에 난 남자 친구로 시작한 파트너와 결혼하게 되었고, 7년 차인 오늘 아가를 낳고 가족을 꾸렸다. 노마드코더 덕분에 재택근무를 하며 때로는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짬짬이 아가를 돌보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노마드코더 덕분에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며, 일하고 있다. 노마드코더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이다. 감사하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