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코딩이 이렇게 간지나게 되었나
간지난다.
사실 그게 전부다. 간지 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파워포인트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든가 문서 작업을 하는 것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프로그래머들은 겁나 멋져 보였다. 생각해보니 수많은 영화와 미디어를 통해서 나의 두뇌가 약간 세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처음엔 그냥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영화에서 도둑들이 손쉽게 금고를 털 수 있게 감시 시스템을 해킹하는 그런 안경 쓰고 삐쩍 마른 못생긴 괴짜들로 등장하더니, 나중에는 겁나 잘생기거나 겁나 섹시한 언니가 껌을 짝짝 씹으면서 문신을 자랑하며 해커로 등장한다. 생각해보라.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도 그러하다.
이러하니 나 같은 흔하디 흔한 문돌이가 혹- 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심지어 엑셀도 현란한 수식을 구사하며 돌릴 실력이 아니 되고, 아주 쉬운 말도 이상한 디자인으로 뭔가 겁나 멋져 보이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 실력을 갖춘 파워포인트 천재도 아니니까. (아 쓰고 나니까 안구에 습기가...) 아니야. 난 기획자야. 에헴. 뭐 이런 마인드로 버텨보았으나 막상 키보드를 피아노 마냥 두들기고 있는 개발자, 프로그래머 언니 오빠들은 보면 주눅이 드는 것이다.
마케터, 기획자는 너무 쉽게 대체되니까?
뭐 이놈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다 해먹을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요즘, 가장 공포 (!)를 느끼는 사람이 안 그래도 흔하디 흔한 마케터 그리고 기획자 아니겠는가. 아니야를 외쳐도 정말 거의 천재급 (!)이 되지 않는 한 마케터나 기획자는 그냥 묻혀버리는 것이 오늘날의 씁스름한 현실. 쩝. 그런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개발자라 하더라도 그냥 우리 닌겐의 능력은 순식간에 대체될 수도 있겠지요- 쳇
그래 어차피 다 대체될 잉여인력이니까 그냥 손가락만 빨자?
뭐 그러면서 기본소득 네트워크에 가입... 은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좀 더 건설적인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이래나 저래나 대체될 것이라면 그나마 내가 하고 싶은, 내가 잘 할 것 같은, 열정적으로 오래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가 결론으로 뚝 떨어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꼴리는 데로 사는 것이 정답이므로.
그런데 알아두면 편해
본인처럼 좋아하는 일이나 관심사가 다방면에 펼쳐 저 있는 르네상스형 인간 (...)의 경우 이래저래 알아두면 편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으니. 하다못해 원하는 서비스나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웹 페이지가 필요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이해도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자잘한 프로젝트를 해보기를 좋아하는 본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2012년부터 깔짝깔짝 대충 배우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손에 잡히는 대로. 처음엔 워드프레스, html, css, 장고, 레일즈....
그나저나 코딩이 뭐여?
전형적인 문돌이인 본인은 개발자, 프로그래머, 코딩, 프로그래밍, 디밸로핑 등 언어들을 마구 집어던지면서 혼용해서 사용했는데 '에헴- 난 워드프레스 할 줄 아니까 난 존나 프로그래머임' 이런 망언을 했다가 혼났다. 그래서 본인을 위해서라도 대충 정리를 해봤다.
* 워드프레스를 쓰고 웹사이트를 만들 줄 알아요 -> 웹 개발자.
* 컴퓨터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자바. 루비. 파이썬 같은 언어를 사용함. -> 프로그래머
* 프로그래밍에서 코드를 작성합니다 -> 코딩
** 아 근데 왜 요즘 초딩들이 코딩을 배우는 거여?
그것은 마치 수학을 가르쳐서 수학적 논리적 사고방식을 가르치기 위함과 동일하다. 어차피 덧셈, 뺄셈 가르쳐도 계산기 두들기면 다 나오지 않는가?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그 정신적 사고방식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동일하게 코딩이 요즘 유행하는 이유는 순차적, 논리적, 조직적 문제 해결 방식을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다 보니 내가 어렸을 때 코딩을 배웠으면 지금의 '다짜고짜 아놔 몰라'의 사고방식이 좀 더 논리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살짝 지나갑니다. (...) 그래도 컨설팅 회사에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왜 많은 회사들이 컨설팅펌 출신 인재를 선호하겠는가?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복잡 다단계로 얽힌 이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지.
아놔 몰라. 난 개발자로 살 수 있는 닌겐이 아니니 포기해야겠어.
이것은 마치 수포자 (수학 포기자) 같은 발언이 아닌가. 아니다. 영포자 (영어 포기자)의 발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본인은 수학과 영 친하지가 않아서 일찌감치 수학을 살포시 내려놓은 수포자이다. 허나 영어, 스페인어, 불어 등 언어를 배우는 것은 너무 즐거웠다. 언어를 배우면 그 세상을 그 세상 속에 사는 사람들을 훨씬 빠르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깔짝깔짝 불어를 배워놓으면 당연히 바로 쓰일 곳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사고방식을 보다 넓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더 나아가서 불어권 사람들과 빠르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난 수포자니까 문돌이니까 저 복잡하고 논리적이어서 참으로 재수가 없는 개발자 월드랑 이별해야겠어 - 는 마치 이미 4차 산업혁명이나 뭐다 해서 전세상을 감싸기 시작한 IT 월드랑 굿바이 짜이찌엔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지금도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깔짝깔짝 배울 것이다. 이거슨 교양과목이며 영어 101 같은 것이니까.
그래서 다시 한번 코딩 캠프 투척-!
썡초보는 여기, 제주 코딩 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