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시험기간도 아닌데, 벼락치기를 하고 있다. 나의 여행을 위해서. 라이언에어로 싸게 구한 더블린행 비행기 티켓 덕에 8박 9일간 더블린과 런던 계획을 추상적으로 세웠었다. 문제는 구체화 작업. 이제 내일 모레면 비행기타러 떠나야하는데, 아직 어느 장소에 갈지도 정하지 않았다. 내일이 공강이니 내일 짜기로 했지만, 처음으로 신청해보는 에어비엔비부터 아일랜드 역사 공부까지 신경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부를 하면서 역시 서구 사회를 이해하려면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 아일랜드의 분쟁들과 북아일랜드 분쟁을 종교 빼고 논할 수는 없다. 건축을 공부하면서는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및 로코코 등 중,고등학교 때 치를 떨었던 서양미술사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됐다. 20살이 넘어서는 내가 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이유를 지식이 얕은 탓으로 돌리곤 했었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대학 생활을 통해 쌓인 지식이 있는지, 시대별 특징과 상황을 예술에 연관시키는 게 어느정도 가능해졌다. 특히나 프랑스혁명 시기와 당시의 그림들을 생각해보면 make sense하다. 그러면서도 유럽에 오기 전에 더 공부하고 왔어야 했는데! 란 쓸모없는 후회를 하고 출국 이틀 전에 본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을 탓한다. 탓해서 뭐하겠느냐마는 그 시험을 왜 준비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당연히 남들이 다하니까. 스펙을 위해. 무한경쟁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항상 결론은 자기착취적이다. 아! 이 시대 가엾은 청년이여.
벼락치기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정보량을 처리하는 작업이므로, 에너지 소모가 크다. 동시에 예민해지기도 한다. 최고의 효율을 위해서는 어떤 것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방 식탁에 노트북을 열고, 더블린에 적절한 숙박 업소를 찾았다. 쉽지 않다. 그런데 와이파이 연결이 너무 불안정하다. 내 마음도 불안정해진다. 체크인 날짜를 50번 정도 클릭해도 소용이 없었을 때는 이마에 식은 땀도 송글송글 맺혔다.
역시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건 초코멜이다. 이번에 산 Dark 초코멜은 그 맛이 진해 훨씬 더 중독성 높은 맛을 자랑한다. 한 잔으로 부족해 두 잔을 마셨다. 저녁을 많이 먹어 배가 터질 것 같아도 초코멜은 쭉쭉 잘넘어간다. 정말 한국에 너무너무 가져가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에어비엔비를 통해 예약을 했다. 아직 호스트로부터 승인되진 않았다. 집의 위치가 너무 맘에 들기에 예약 신청을 했는데 호스트가 수락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절실히 느꼈다. 장기 여행 계획은 미리 세워야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