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진짜 무모할 때가 있다
휴학을 했다.
유치원 3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1년, 그리고 다시 새로 시작한 대학교 1년 반. 17년 동안 ‘학교’라는 곳에 속해 있었다. 일반적인 학교 생활을 했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생활들. 딱히 학교 생활에 반감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 속에서 재미를 찾고 생활하는 일을 즐겼기 때문이다. 사실 별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그냥 그게 자연스러웠으니까.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시선을 보냈다.
대학에 와서는 자유를 조금 맛봤다. 수업도 안 가보고, 맘에 들지 않는 수업은 드랍하고, 하고 싶은 작업들을 했다.
그런데 자유로워졌다고는 해도, 채워야 하는 학점과 나의 욕심, 그리고 여러 작업들 때문에 뒤쳐지는 일들, 잊혀지는 목표들이 생겨났다.
지난 학기를 시작할 즈음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다음 학기에는 휴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학기가 끝나자마자 휴학 신청을 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원래 예전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고, 프랑스를 언젠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떤 의무감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휴학 이후 처음에 생각한 건 ‘프랑스 워킹홀리데이’였다.
마음을 정하고 있던 중, 좋아하는 교수님과 학교 테라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 저 프랑스 워킹 홀리데이 가려구요.”
“프랑스? 프랑스는 왜?”
“파리에 가서 일도 하면서 여러 미술관도 보고, 좋은 공연도 많이 보려구요.”
“미술관 하고 공연? 왜 미국은 안되고, 독일은 안되고, 하필 프랑스인 거야?”
사이
“다른 사람에게 너가 뭐 할 건지 얘기하려 하지 말고, 나한테 말 못 해도 괜찮으니까, 너가 진짜 하고 싶은 이유를 찾아봐.”
담배를 다 피운 선생님은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내 작은 세계에 꽤 큰 균열이 일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
항상 곱씹으면서.
덴마크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덴마크에 대해서라고는 요거트, 그리고 다이어트 식단밖에 모르던-그건 지금도 그렇다.- 내가 덴마크에 가기로 결정한 건 순간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알바를 하다 보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책들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 예술마을 기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작가는 일 년 반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나라의 예술 마을을 돌아보고, 그 마을의 일원이 되어 세상을 본다.
그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자유학교)에서의 생활.
나도 해보고 싶었다. 이게 선생님이 말씀하신 ‘진짜 하고 싶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말하기는 어려운데, 그냥 막 해보고 싶은 거.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면 마음가짐이 달라지는구나.
오래전에 느꼈던 감정이 찾아왔다. 다행히도 ‘하고 싶음’의 감각을 되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내 폴케호이스콜레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여러 곳을 찾아보았다. 마음이 맞는 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지원했고, 합격했다.
합격 이후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처음엔 당황하셨지만, 내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하자 믿어 주셨다.
지금은 입학을 준비하며 지내고 있다.
입학을 위한 준비를 하면 할수록, 잘 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계획한 건 두 가지.
덴마크 자유 학교 봄학기 끝내주게 보내기.
그리고 6월부터 시작되는 두 달 간의 서유럽 횡단 여행.
매일매일 기분이 달라지고, 마음이 바뀌고, 생각하는 것도 여러 가지다.
나는 나를 기록하고 싶어서, 이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먹었다.
분명 이 기간은 내 인생에서 빛나는 순간이 될 것으로 짐작하기에.
하고 싶은 걸 하기,
이게 휴학 기간 동안의 내 목표다.
휴학을 했지만, 배우는 걸 멈추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