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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상 Mar 04. 2024

영화 소울 평론

우리가 삶을 사랑했기에 태어났을 가능성에 대하여.


22호에서 비치는 우리의 모습

문제아 22호, 그 어떤 노벨상 수상자도 삶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지 못했건만. 우연히 세상에 떨어지게 되면서 삶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22호가 우연히 '조 가드너'의 몸에 들어가 지상에서의 삶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피투성과 닮아있다.


우리도 22호도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써 이 땅 위에 원치 않게 태어났다. 그러니 세상은 항상 두렵다.

22호가 처음 가드너의 몸에서 거리 위를 거닐 때 수많은 행인과 도로 위의 소음에 두려움을 느낀다. 사람에 치이고 가누기 힘든 몸에 당황한다. 앞으로 태어나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이 두렵고 불만족스러워 22호는 방으로 숨어든다.


우리도 불만족과 두려움을 느낀다. 인류애가 사라지게 하는 민폐나 악행들, 언제나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경쟁자들, SNS 속 아름다운 풍경들, 그걸 퇴근길 지하철에 기대서 바라보고 있는 나, 온갖 불행한 뉴스들.

그 속에서 태어남을 원망하며 삶에 대한 애정을 잃어간다.


 두려움에 떠는 22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피자다. 그는 피자 냄새에 빠져보고 맛에 빠져본다. 두 입, 세 입 먹다 보니 옆에서 살랑 불어오는 바람도, 그걸 타고 날아오는 단풍 씨앗도 정겹다. 삶에 흥미가 돋고, 처음 만난 가족이란 것은 따뜻하다. 머리를 깎으며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따뜻하다.


그러니 우리가 이 삶에서 만족을 얻기 위해선. 자신의 피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세상이 아름답게, 살만한 곳으로 보이기 위해선 작은 트리거 하나면 된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선, 어쩌면 월급, 새로운 사람. 그 어떤 것이든 날 행복하게 해 준다면 무엇이든 좋은 것이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이 마음에서 지어지는 것이니 날 행복하게 만들 피자 한 조각이면 세상의 살 가치는 족히 차고 넘친다.



The great before,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

영화는 피투적 존재임에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태어나기 전의 세상을 얘기한다.


지구에서 태어나는 티켓인 지구통행증의 마지막 칸은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면 자동으로 채워진다. 그러니 지구에 태어난 우리에게 태어나기 전의 세상이 있었다는 것은, 그곳에서 삶에 대한 애정을 쌓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삶을 살고 싶기에 이 땅 위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 위대한 상상으로 우리에게 세상과의 화해를 제안한다. 네가 사랑하고 원해서 태어났을 수 있으니까. 아무 의미 없이 돌아가는 이 세상을 원망하고 부조리를 느끼지 않기를, 그 일말의 가능성에 다시 살 이유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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