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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이용성 Jan 10. 2018

적어도 처세를 하려면 가후(賈詡)처럼 하라

좋은 말로 하면 처세술이 뛰어난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줄타기의 달인인 것이다.


살다 보면 의도하건 의도치 안 건 간에 처세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건 학교에서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막상 그러한 상황에 닥치면 상당히 난감해진다.

대부분 그런 상황은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이 아니며 혹은 자신의 생계까지 담보로 한 상황일 때가 있어, 분위기에 휩쓸려 가거나 혹은 뒤로 숨게 되는데 이미 1800여 년 전, 대세를 거스르지도 않으며 그 누구의 모함도 받지 않고 당당히 삼공의 지위에서 천수를 누리며 살다 간 이가 있었다.



조조는 하북(河北)지방을 모두 점령하고 위나라의 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한 가지 고민에 빠진다. 

그것은 후계자에 대한 문제였는데 왕위를 물려줄 아들 조비와 조식 중에 누굴 선택할지였다.


평소 조조는 의심 많고 사소한 원한까지 갚는 옹졸한 조비보다는 글재주가 있고 똑똑한 조식을 총애하여 그에게 위나라를 물려주고 싶었으나 서열상 조비가 조식보다 더 형이어서(아이러니하게도 원래 맏아들 조앙은 가후의 계략에 죽었다.) 당시 순리대로 조비에게 물려줘야 할지 고민이었다.

어느 날, 조조가 자신의 후계에 대해 가후에게 물어보았다.


"조비와 조식 중에서 누가 더 낫겠소?"


이에 가후는 하늘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조가 다시 물었다.


"무엇을 생각하시오?"


"죄송합니다. 잠시 원소와 유표 부자를 생각하느라.."

(원소와 유표는 장남을 후계자로 하지 않아서 일어난 내분으로 세력이 망했다.)


그러자 조조는 크게 웃으며 가후의 말대로 후계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잘난 척의 대가(머리를 씀에 있어서 조조 전군의 모사와 맞먹는다고 스스로 자부하였다.)양수(楊修)의 경우 계륵(鷄肋)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앞의 후계자 문제에서 대놓고 조식의 편에 서서 적극 활동했기 때문에 조조의 미움을 사게 되어 결국 척살당한다.


곽가(郭嘉) 또한 스스로 천재라 하는 등 잘난 척은 하고 살았다. 또한 주군인 조조 앞에서도 머리를 숙인 적 없고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삿대질하며 대들기도 하는 조직생활에 부적합한 인물이었으나 숙적 원소를 토벌하는데 일등공신이었기에 조조의 신임을 크게 받아 제멋대로 살다 갈 수 있었다.


사마의(司馬)의 경우 조조에게 중용되지 못하였다. 조조는 사마의를 이른바 '낭고의 상'으로 언젠가 배신할 거라 여겨서 낮은 관직인 주부에만 머물게 했다.

사마의 본인도 주군에 눈에 들지 못했다 판단하였는지 조조가 죽을 때까지 자중하며 조용히 있다가 조조 사후, 본격적으로 위나라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데 신중하게 모든 상황과 여론을 살펴본 뒤 그동안 친분을 쌓아오던 동료의 추천으로 자신이 나설 때임을 확신한 후 고위직에 나가게 된다.


가후와 인간관계면에서 조금이나마 유사한 예로 서황(徐晃)은 조조의 휘하에 들어간 뒤로 충성할 시간도 적다며 인간관계를 넓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후엔 친분없는 다른 장수들과 전공을 다투었기 때문에 그가 패배한 몇몇 전투들이 빛나는 전공을 덮는 부정적인 기록을 후세에 남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가후는 어떠했는가? 

그는 의심받을 일을 일절 하지 않았다. 

삼공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극히 꺼려하였기 때문에 가후와 사적으로 친한 사람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 오직 집과 조정만 왔다 갔다 했으며 집에도 일절 사람을 초대하지도 초대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 가후였으니 조조가 후계자 의견을 물을 수 있었던 것이고 그가 하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가후는 양수처럼 제 명을 스스로 단축하지도 않았고, 곽가처럼 천수가 짧지도 않았으며(조비 대까지 살아 무려 77세까지 장수한다.) 사마의처럼 주군의 눈밖에 나지도 않았고, 서황처럼 전공을 다투지도 않고도 삼공의 지위까지 올랐다.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陳壽)가 평했듯 처세만 놓고 보면 '장량과 진평에 버금간다'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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