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장에 꽂혀있는 대부분의 책들을 '재테크로 대박을 터뜨리는 법'과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다스려서 행복해지기'라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두 극단적인 주제들이 동시에 인기를 얻는 것을 두고 현대인의 모순된 사고방식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신문 칼럼도 있었다.
그러나 소유와 무소유가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 같지만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 보았을 때는 이 둘은 같은 범주에 속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유와 무소유 둘 다가 필요하다.
흔히들 물질 만으로는 행복을 얻을 수가 없고 정신적 수양을 통하여야만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말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저개발국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학자들은 세계 최빈국 사람들이 설문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응답했다는 통계를 그 증거로 내놓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은 생활은 비교적 여유롭지만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많은 현대인들에게 참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고 본질을 훼손한 면이 많다. 우선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행복한 것과는 다르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하고 부자나라의 사람들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치안, 의료, 교육, 영양섭취, 문화생활, 여가활동, 물가 등 한 나라의 객관적인 행복지수는 그 나라의 일정기간 누적 평균 국민소득과 거의 비례하며 불평등과 반비례한다. 따라서 이 기준으로 보면 세계의 모든 경제 공동체(국가)는 4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A 부유하며 평등한 나라 (북유럽 복지국가) B 부유하지만 불평등한 나라(최근의 미국) C 모두가 결핍된 곳(방글라데시, 인류 초기) D 가난하면서 불평등한 곳(남미, 중세). 이 중에는 A가 최고이고 D가 최악인데 B와 C 중에서는 B보다는 C가 더 행복할 수가 있다. 즉 가난한 곳의 사람들도 평등하기만 하면 꽤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으며 부유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곳보다 더 살 만한 곳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서 물질적 행복보다는 정신적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단순한 논리가 성립되고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절망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물질 이 외에 다른 것들(공동체 의식과 유대감, 노동의 보람, 선량함, 지적 성취 등)에 가치를 부여하여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다음으로 물질적 만족과 정신적 만족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는 서로 보완적인 개념인데 이를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는 오류에 빠진 것이다. 이 둘은 하나를 추구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얼마든지 둘 다 동시에 추구하고 얻을 수 있고 실제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둘 다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보았더니 셔츠 한 장도 없더라' 식의 이야기가 사람들을 속여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테크'와 '정신수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현대인들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무소유'만을 강조하는 '선지자'들 보다 더 현명한 것이다. 대중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행복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마음의 위안도 필요하다는 것을! 물론 그 어느 것도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면 안 되겠지만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더욱 큰 불행으로 가는 길이다. 행복한 삶은 쉬우면서도 쉽지가 않다. 어떨 땐 쉽게 행복감을 느끼다가도 어떨 때는 절망적인 불행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이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 행복이 물질만으로도 안 되고 마음 만으로도 안되지만 물질이 좀 부족할 때는 마음으로 부족분을 채울 수도 있고 마음이 부족할 때는 물질로 채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사랑이 담긴 꽃반지가 의례적인 금반지보다 기억에 남고 우울할 때 아이스크림이나 영화가 큰 효과를 발휘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중도와 균형 속에 진실이 담겨있고 극단과 아집 속에 개인과 집단의 불행이 자라나는 것이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고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저축하고 적당히 미래를 준비하고 적당히 후회하고 적당히 자고 적당히 빈둥거리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명상하고 적당히 음악 듣고 적당히 독서하고 적당히 여행하고.... 내 뜻을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게 대부분이고 어느 만큼이 적당한 것인지를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 자유의지와 자유 속에 우리 삶을 아름답고 고귀한 경지로 고양시키는 묘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