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장 재회
"아이고 이게 누구고? 윤주 아이가?"
명수와 함께 대문을 들어서는 윤주를 보고 명자가 반색을 한다.
"누나는 나는 안 보이나 보재?"
뒤따라 같이 들어오던 인철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입술을 쑥 내민다.
"아이고 인철이도 왔나? 반갑다. 얼른 얼른 들어와라. 와 여기서 이렇게 니들 보니까 정말 기분이 좋다."
명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면서 마루 아래 아궁이에 플라이 팬을 올리고 고기를 구울 준비에 분주하다.
"그러게요. 고향에 온 것 같네요. 누나도 혈색이 좋아보이는 게 서울 물이 좋긴 좋나 보네요."
인철이 방으로 들어가면서 명자에게 농담을 한다.
명자는 별 대꾸 없이 빙그레 웃기만 한다. 잠시 후 명자가 차려 내온 소박하지만 푸짐한 밥상에 네 사람이 둘러 앉았다. 하얀 쌀밥에 불고기 한 접시 그리고 몇 몇 밑 반찬으로 상이 가득하다.
"야들아, 차린 게 이렇다. 그래도 맛있게 먹어라."
명자가 권하자
“아이고 누님, 황송합니다. 이리 요리도 잘 하시고 저리 미인이 되셨으니 이제 시집만 가시면 되겠네요!” 라며
인철이 계속 분위기를 돋운다.
"야는 와이라노? 키 큰 놈 치고 싱겁지 않은 놈 없다더만, 실없는 소리는 지금도 여전한갑네!"
명자의 말에 모두들 숟가락을 들면서 하하 웃는다.
"아이고, 내 정신 봐라. 니들 반주 좀 할래? 니들도 이제 어른 다 됐으이 한 잔 해도 되지 않겠나?"
"좋지요!"
사내들이 즐겁게 화답을 한다.
명자가 미리 준비한 소주를 꺼내고 술잔이 돌았다. 쌓이는 빈 술 병과 함께 이런 저런 지난 이야기도 무르익고 밤 늦게까지 웃음 소리도 그치지 않았다.
차츰 술 기운이 오르고 밤이 깊어지자 인철이 집에 가야겠다고 일어섰다.
"늦었는데, 그만 자고 가라!"
명자가 만류를 하자.
"안돼요. 미리 신고 안 하고 외박하면 기숙사 사감한테 혼나요. 막 차 끊기기 전에 가야해요."
"그렇나? 그럼 할 수 없재. 얼릉 가 봐라. 윤주 니도 가야 되나?"
"난, 혹시나 해서 외박계를 써 놓고 나오기는 했는데..."
"그래 그러면 좀 더 놀다가 가라. 금방 가면 서운하재!"
"그래, 그럼 난 갈테니, 니들끼리 잘 놀아라!"
인철이 좀 아쉬운지 짐짓 삐친 것처럼 한 마디 뱉고는 문을 열고 나선다.
"짜식! 고렇게 악담을 하고 가야 속이 풀리냐? 잘 가라. 빙신아!"
명수가 아쉬운 정을 역으로 표현을 한다. 이 악담들이 체면치례 예의를 갖춘 말보다도 그만큼 서로 막역한 사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서로의 가슴에 더 진하게 와 닿았다.
"그래 그래 오늘만 날이냐? 다음에 또 보면 되지! 얼릉얼릉 늦지 않게 가고 또 놀러와라."
명자가 문 밖까지 따라 나서며 인철을 배웅한다.
"나오지 마라!"
한 동안 못 본 어색함도 다 풀렸는지 이제 인철이 예전처럼 명자에게 반 말로 인사를 하고 성큼성큼 뛰다시피 대문을 나선다.
인철의 모습이 대문 밖으로 사라진 후에도 멀리 한강 위에 휘영청 뜬 보름달을 잠시 여운으로 바라보던 명자가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왔다. 윤주가 밥상을 치우고 이불을 펴고 있다.
"우리도 그만 자야지.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그래. 니들 한 이불 덥고 자도 되재? 방도 이불도 이래 누추하다."
명자가 윤주에게 겸연쩍게 양해를 구한다.
"괘안타! 나 땜에 누나가 괜히 불편하겠다!"
"아니다. 난 잠깐 씻고 올테니 얼른 자라."
명자가 수돗가에 가서 세수와 양치를 하고 들어오는 동안 명수와 윤주 두 사람은 이불을 덮고 누워서 뭐가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웃음꽃이 피었다.
"뭐고? 뭐 재밌는 일 있나?"
명자가 궁금해서 물어본다.
"니 흉봤다. 어쩔래?"
명수가 명자를 놀린다.
"저게 누나한테 버릇없이!"
명자가 짐짓 입술을 앙 다물고 주먹을 움켜쥐고 내밀자
"아이고 무서버라!"
명수가 이불 아래로 얼굴을 파묻고 숨는 시늉을 한다. 이 모습을 윤주는 빙그레 웃으며 바라 본다.
세 사람은 불을 끄고 나란히 누워서 옛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모두들 고향에 온 듯 편안하고 행복했다.
한참을 자다가 보니 윤주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설핏 깨어났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잘 가지 않는데 자기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명수가 아니라 명자인 것 같았다. 미동도 하지 않고 실 눈을 뜨고 살펴보니 과연 명자가 윤주의 팔에 살짝 기대어 누워있었다. 명자의 뭉클한 가슴과 부드러운 종아리가 윤주의 맨 살에 맞닿아 있었고 오똑한 코가 윤주의 귀에 거의 닿아 있어서 그 숨결이 들고 나는 소리가 새근새근 들릴 정도였다. 분명히 명수를 사이에 두고 명자는 따로 떨어져 방 반대쪽에서 잠이 들었는데 명자가 언제 왔는지 명수를 돌아서 윤주 쪽에 바짝 붙어서 누워있는 것이었다.
명자는 고향에 있을 때부터 속이 깊은 윤주가 동생 같지 않고 오빠처럼 듬직했는데 이렇게 타지에서 서러움과 외로움을 겪다가 다시 만나니 그 반가움이 걷잡을 수 없는 연정으로 바뀐 것이었다.
명자의 숨결이 가쁜 것으로 보아서 명자도 잠이 든 것 같지 않았다. 윤주가 잠이 깬 것을 눈치 챘는지 명자는 거의 껴안다시피 더 윤주에게 바짝 다가왔다. 명자의 숨결은 더욱 더 가빠지면서 명자의 입술이 윤주의 뺨에 닿았다. 윤주는 어쩔 줄을 몰라서 가만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명자가 난처해 할까봐 몸을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명자를 안을 수도 없었다. 윤주도 사내라 명자의 살내음과 탱탱하고 부드러운 압박감에 심장이 뛰었지만 함부로 손을 놀릴 수는 없었다.
명자가 가만히 윤주의 손을 잡고서 잠시 어루만지더니 그 손을 자신의 가슴 속으로 옮겨 넣었다. 명자의 몽실몽실한 가슴이 윤주의 손아귀에 가득 찼다. 윤주가 가만히 약간 손에 힘을 주어 부드럽게 명자의 가슴을 쥐었다. 명자가 짧고 낮은 신음 소리를 윤주의 뺨에 뱉었다. 윤주의 심장도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명수가 깰까봐 조심스러웠지만 그 소리는 윤주에게만 들리는 소리였다.
잠시 후 명자는 윤주의 손을 더 아래로 내려 자신의 사타구니에 밀어 넣었다. 얇은 팬티 아래로 음모의 까칠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고 윤주의 손가락이 이미 촉촉해진 명자의 계곡 사이를 살며시 파고들었다. 계곡의 깊이만큼 명자의 신음 소리도 더욱 깊어졌다.
한창 흥분한 명자의 손이 윤주의 발기된 성기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윤주는 숨이 멎을 듯 했다. 하지만 이 이상 더는 안될 것 같아서 명자의 팬티 안에서 가만히 손을 빼냈다. 명자도 윤주의 뜻을 알았는지 조심스럽게 윤주로부터 자신의 몸을 떨어뜨렸다.
다음 날 아침 윤주는 명수와 명자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하여 잠에서 깨자마자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도 먹지 않고 명수의 집을 나섰다.
명수도 출근 준비에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별 낌새를 채지 못했고 명자는 다소곳하게 눈으로 윤주를 배웅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