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내리는 비

세상에 하나뿐인 사위와 효손, 우주

by Michelle Lyu


비가 내리는구나!

차창에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부딪친다. 조수석에 안전벨트를 하고 앉은 24개월, 우주가 많이 긴장한 모습이다. 함마는 곧 왼손으로, 왼손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우주를 잡았다.


“괜찮아!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함마가 조심조심 운전할게.

아주 천천히... ”


우주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웅웅거린다.

함마는 한 세대를 넘게 운전한 이래로, 처음으로 한 손으로 운전을 했다. 당 한 번도 한 손으로 운전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 함마가 우주를 안정시키려 오른손으로, 우주의 왼 손을 잡았다. 꼬옥 잡았다. 그리곤 내내 쉬지 않고 말을 걸었다. 일부러, 자꾸.


‘우주가 함마랑 차 타고 가요.

어린이집에 차 타고 가요.

함마가 운전을 조심조심해요.

우주는 아무 걱정 말아요.’


함마의 어설픈 노랫소리를 들으며 우주는 미동도 않는다. 그 모습이 아주 선하고 착하다.


지키소서!

믿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선한 뜻대로,

당신의 영광을 세우고 지키시는 길로

인도하심을 믿습니다.


그리 조심하라고 비가 내리는구나! 비가 내리는구나. 차를 타고 등원하는 우주를 잘 케어하라고 비가 내리는구나.


목적지를 검색했다. 정확히 핸드폰에 경로 거리 노선이 뜬다. 집에서부터 2. 5km. 우주네 집까지의 경로 노선이다. 효손 우주가 이사해 이틀을 새집, 우주의 새집에서 잤다. 함마는 오늘부터 차로 효손을 데리러 가서, 2,5km 거리를 가서, 다시 우리 집 주차장까지 데리고 와서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킨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어린이집까지 5분 내지 10분이다. 우주가 빨리 걸으면 5분이고, 천천히 이곳저곳 주위를 살피며 걸으면 약 10분이 될 것이다.


우주를 태우고 오는 내내 긴장이 되어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우주도 말이 없었다. 노래도 지워 부르고 일부러 이 얘기 저 얘기를 시도했으나 말이 자꾸 끊겼다. 조용히 침묵하는 사이 흐린 하늘에서 빛이 열리고 있다.


다 잘 될 것이다. 이게 최선 아니 차선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다.

주관하시는 대로...


마음이 왔다. 엄마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진한 뜨거운 마음이 왔다.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우주 하원을 시키러 오는 사위가 들어오고 있다. 순식간에 엄마는


“서 서방이야!”하고 묻는다.

“네!” 사위의 대답이 곧 들려온다.


엄마는 부리나케 주방으로 가 레인지를 켰다. 한쪽에는 국, 다른 쪽에 닭 강정. 두 화구에서 불이 올라왔다. 식탁에 수저를 놓고 아침 내내 만든 반찬을 올렸다.

만든 반찬을... 만든 반찬이라고!


9시 좀 넘어 반찬가게에 갔다. 마음속으로 큰 아이와 사위와 우주를 생각하며 반찬을 사러 너무 일찍 간 가게에는 미처 찾는 반찬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오후에 된다는 말을 듣고는 집에 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계란말이, 생선가스 장조림 등 가족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사 올 수가 없었다.


대안을 찾았다. 일단 집에 있는 인스턴트로 몇 가지 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반찬을 만들며 갑자기 문호가 정애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이어 경희와 영순이 그리고 경숙이를 떠올렸다. 일 못하는 나를 위해, 살림 잘 못하는 나를 위해 늘 반찬을 해주며, 때론 즉석 음식을 보내주며 곁을 지키는 친구, 후배들이다. 아이런 드 식탁 위에 반조리 식품들을 꺼냈다.


즉석 해장국

즉석 강정

즉석 어묵

즉석 스팸

그리고 우주가 좋아하는 해달라고 말한 멸치는 잘하지는 못하나 정성을 들여 볶았다. 하나하나 반찬을 만들어 식탁에 놓았다.


“집에 오는 대로 밥 먹으러 와.” 엄마는 사위에게 문자를 남겼다.


검은 봉지를 들고 온 사위가 식탁에 앉았다. 검은 봉지에 회색으로 CU라고 쓰여 있다. 곧 엄마는 안다. 서 서방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것을...


“아이고! 왜! 이것을 가지고 왔어! 팔지 그랬어!”

“아니에요. 어머님! 어머님이 좋아하는 마스크라 가져왔어요.”


엄마는 갑자기 알싸하게 목이 메었다. 너무 잘 알기에. 주로 사무실이 밀집한 위치에 있는 사위의 편의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해서, 유동인구가 없는 곳이라 매출이 현저히 줄은 것을 아주 잘 안다.


늘 안쓰러웠다. 사위의 손도 발도. 세상이 흔들리고 변화하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그곳을 편의점 운영을 지키고 있는 가장으로서의 무게감과 현실을 직시하는 서 서방의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엄마는, 세상 물정 모르는 엄마는 자신의 자녀들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가슴이 아파 검은 봉지를 잘 보지 못했다. 검은 봉지 안에는 마스크가 그득 담겨 있었다. 마스크는 마음이었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 검은 봉지에, 마스크에 마음이 가득 담겨왔다. 엄마는 국을 뜨며 눈물이 핑 돌었다. 상을 차려주고는 서재로 향했다. ‘어서! 따스히 먹으라고.’

곧 보내야 할 메일이 있다는 말을 남기곤...

엄마는 늘 감사했다. 잘 만들지 못했어도. 맛이 부족함에도. 맛있다고 말하며 그저 맛있게 먹어주는 서 서방이 너무 감사했다.


모두 시간을 지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을 다하며...



이전 08화함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