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마

말 그리고 의미

by Michelle Lyu

함마!


함마는 효손, 우주가 외조모를 부르는 단어다. 함마는 우주가 부르는 할머니에 대한 첫 언어다.


함마!

함마!


오늘도 우주가 함마를 수없이 불러댄다. 함마는 기도를 한다. 함마를 부르는 우주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그저 마음으로 기도를 한다. 잘 멋지게 마음이 큰 사람으로, 예쁘고 선하게 성실히 지적 체계를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도한다. 간절하기에, 간절한 염원은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기도를 받으신다고 확신하며 늘 기도를 한다.


함마는 입술을 달막거리며, 소리를 내어 기도할 줄 모른다. 그저 마음으로, 가슴으로, 생각으로 기도를 한다. 오늘도 모두를 지키소서! 가장 진솔한 마음으로 그렇게 언제나 가슴속 염원을 보낸다.


오늘은 수원 화서 다산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강의를 마치는 말이다. 수원 화서 다산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잔잔했다. 과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았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어떠한 큰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저 조용했다. 조용한 그곳을 오고 가면 뭐라 규정할 수 없었던 산란한 마음들이 정화되었다.


수원 화서 다산 도서관 강의 가는 길 !!!

위례에서 복정, 복정에서 수원, 수원에서 화서, 화서에서 한 블록쯤 되는 거리를 걸으면 드디어 화서 다산 도서관에 도착한다.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길목이 늘 조용하다. 다산, 마치 정약용 선생의 아호를 기리기라도 듯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은 시야가 뻥 뚫려 한가하고 평화롭다. 1시 30여분 이상이 소요된다. 도서관 입구에 마련된 코로나19 체크대에 서서 먼저 손세정과 살균을 겸한 소독기에 손을 넣었다. 소독액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손을 세정한 다음, 선명하게 그어진 노란 선에 서서 발열체크를 한다. 그리고 qr 코드를 투사한다.


강의를 시작했다. 정해진 제시간에. 셰익스피어의 희극 <As u like it>이다.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다. 당연한 결과라고 느낀다. 노력한 것에 대해 정당한 귀결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는지 모른다. 대면 강의보다 2배 이상이나 되는 ppt를 준비했다. 자료 준비에도 아주 공을 들였다. 그 모든 자료들은 가방에 담고 도서관까지 먼 길을 오며 또 가며 몇 번 환승을 하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이 순식간에 흘렸다. 가는데 두 시간, 돌아오는 데 두 시간여를 지나면 심연으로 가는 시간 속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날이 상당히 싸늘했고, 자료와 강의안을 담은 가방을 든 손이 곱았다. 손이 차가워서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빨갛게 차가워진 양손을 비비며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던 효손, 우주 생각을 했다. 마치 가까이에서 우주가 함마!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추울 때, 손을 잡으며 우주는 요새 ‘추워!’라는 말을 할 줄 안다. 이제 ‘춥다’라는 말을, 의미를 배워가는 아가, 우주다.


삶! 이렇게 잔잔히 흐른다. 우주가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일상 속에서, 성장 속에서...


눈길이다! 조심조심!

우주를 잡은 함마가 눈길을 보고 놀라서 손의 힘이 꽉 주어진다. 한 번 두 번 세 번... 세 살 아이, 우주도 발이 미끄러지는 느낌에 긴장을 한다. 그럼에도 아이를, 우주를 번쩍 안고 걸을 수가 없다. 허리 통증이 심해 요사이 계속 치료 중이고, 또 혹시라도 우주를 안고 넘어지면 무엇보다도 우주가 다칠까 봐 아주 조심조심해서 걷는 중이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우주가 발을 옮긴다. 함마와 우주가 어린이집에 가는 중이다.


멀리 건널목이 보인다. 사람들이 다칠까 봐 일부러 길가로 눈을 치어 놓은 보도블록 위를 찾아 걷는다. 하얀 눈길을 지나 건널목에 닿자 함마는 우주에게 말을 건넨다.


‘우주야! 빨간불이니, 초록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리자.’ 아가는 우주는 말이 없다. 눈길을 걸으며 함마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2021년 새해 8일째를 시작하며 우주와 함마가 이야기를 만든다. 우주와 함마의 사랑 이야기다.


천지가 하얗다. 거리도 지붕 위도 아파트 옥상도...

함마와 우주가 손을 잡았다. 함마의 손에 힘이 가해진다. 혹시라도 24개월 손녀, 우주가 눈길에 넘어질까 봐 함마는 아주 조심스러웠다. 계속 함마는 손녀에게 말을 걸었다. 함마가 계속해서 손녀에게 이야기를 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곁에 할머니가 있다는 것이고 무엇이든 걱정 말고 두려워 말라는 표시를 하는 것이다. 손녀는 알아듣는다는 듯이 응응거린다. 불과 십분 그 시간 속에 함마는 온 마음을 사랑을 담는다. 함마와 외손녀 효손 우주는 마주 보며 그렇게 눈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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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눈으로 담는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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