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

하나뿐인 구두와 옷

by Michelle Lyu

한 아가의 인지능력을 보고 일일이 한 아가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사랑으로부터 오는 온도다.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을 가진 사람에게는 매 순간, 매 순간이 아주 귀하게 한 아가의 성장이 보이고 느껴진다. 그래 <하나님은 사랑이다>라는 구절을 마음으로 받고 또 알고 느끼는지도 모른다.


한 아가가 호기심이 어려 자꾸 구두를 본다. 아가의 구두이나 아가의 구두가 아니다. 작은 사이즈이지만 지금은 아가의 발에 너무 크다. 가만히 구두를 보던 눈길에서 급기야 아가의 고사리 손끝이 구두에 간다. 멀찍이 서서 한 사람이 온 마음으로 효손, 우주가 해내 보이는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17개월을 지나는 효손, 우주를 지켜보는 그의 눈에는 사랑이 그득하다. 그 마음을 아는지 우주가 윗니 아랫니를 다 보이게 드러내고는 '세상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는 웃음을 짓는다. 지켜보는 사람이 웃는다. 그 웃음에, 웃음소리에 우주가 더욱더 크게 웃는다. 우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는 함마도 더 환하고 크게 웃는다. 세상으로 자신의 직계로 와준 첫 아이, 아가를 보는 마음이 아주 남다르다.


조심스럽게 우주의 탄생을 지켜봤다. 아주 조심스러웠다. 불과 백일만에 자신의 신생아를 잃었던 순간이 자꾸 각인되어서 매 순간, 매 시간을 염려와 사랑으로 우주를 바라봤다. 우주가 100일을 지나고 돌이 되자 조금씩 자신의 아가, 백일만에 잃은 슬기, 그 아이를 놓친 죄의식에서 풀려나는 것 같았다.

우주 덕분이었다. 그 모든 게 다 우주 덕이다. 백일만에 장이 꼬여 세산을 떠난 자신의 아가, 슬기가 떠난 빈자리를 큰 아이, 아들과 작은 아이, 딸에게 반반씩 채워가며 시간을 지나왔다. 그럼에도 뭐라 할 수 없는 마음으로 늘 한편이 시려 아프고 허했다.

이제 딸의 아가, 아이, 우주가 빈 가슴으로 아프게 앓았던 마음에, 허해하며 부단히 무언가를 채워갔던 그 마음에, 몇 백배, 몇 천배를 더해서 가슴 그득히 채워주며 시간과 공간을 함께한다.


우주는 구두를 내려다봤다

까만 펌프스 구두를 보고 가만히 발을 담근다

조금만 발이 구두의 여백을 남기며 이내 걷는다

뒤뚱거리며

뒤뚱뒤뚱 툭툭

거실에서 서재로 걸어간다

조그만 발로 구두를 질질 끌고서

조심스러우나 호기심 어린 표정이 역력하다

생애 처음 구두를 신고서

그 뒤를 가만히 따라간다

혹시 혹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내내 17개월 아가의 조그만 발을 뚫어져라 주시한다

거실에서부터 한 발 한 발 걸어

삼촌 방을 지나고

컴퓨터방을 지나고

서재에 닿는다

커다란 구두에 조그만 발을 담가 서재까지

마치 보트를 탄 듯 온몸을 출렁이며 다가온 우주를 보고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삼촌이 우주를 껴안는다

내내 우주 뒤를 따라온 사랑 많은 또 다른 한 사람

함마는 삼촌과 우주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본다


한 아가가 세상에 온갖 호기심을 갖고 드러내 보이며 나날이 성장한다

그렇게 하나씩 배우고 알아간다

그 과정을 보게 되는 것이 기쁨이다

그래 세상사를 희망으로 담는다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모두에 힘 찬 날갯짓을 지켜보며

마음 다해 하루를 맞는다

힘을 새롭게 하며 정직과 자부와 자존과 성실과 매 순간의 진실로 하루를 맞는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담으며 그렇게 하루를 맞는다.


다시 또다시 크게 우주가 웃는다

우주가 포즈를 잡는다

파랑 옷 초록옷 모든 옷을 다 입어보고

환하게 웃는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이쁘다고 우주를 데리고 반마다 자랑을 한다


이 따스한 행복을 준 사람은 수십 년을 함께 시간 흐르고 지내고 있는 지인 누리맘이다. 원피스가 너무 예뻐서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고, 바로 만들어 주셨다. 너무 감사해 재료비라고 웃으며 내민 손을 부드럽게 거절한다. '선생님에게, 또 나의 딸인데 그것 하나 못 만들어 주겠냐'라고 하얀 미소를 지으며 건네셨다.

제자의 어머니인 누리맘과 지인으로 친구처럼 온 지 수십 년이다. 겨울이면 김장을 해서 나르시고, 맛난 것을 하면 언제나 종종걸음으로 갖다 주셨다. 일 잘하는 제자 엄마가 늘 반찬 사랴, 조리식품 사랴 분주하고 일 못하는 딸의 스승을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SOS를 칠 필요도 없이 필요를 채워주셨다.

근처에 살았고 자연스레 제자 누리와 누리의 동생과 우리 아이들이 친형제 자매처럼 지냈다. 결혼식 등 집안 경조사는 물론 그저 생각나면 한 번씩 만나 서로 존대를 하며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그렇게 하나하나 서로 가슴속 깊은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오래 세원을 지났고 깊은 친구가 되었다.


우주 옷 세 벌

그리고 내 옷 한 벌까지

기쁨을 받았다

행복을 받았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으로

감사해 눈물이 났다


우주가 좋아해서 행복했다

작은 아이 딸이 아주 좋아해서 행복했다

기쁨을 주고

행복을 준

누리맘에게 감사 감사했다

아주 많이 감사하다


우주는 벽에 기대어 포즈도 취하고

호기심으로 새 옷 입고 자신의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함마 차 앞에서 함마랑 한 컷도 찍고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입고 밝게 웃었다.


이제 29개월을 지나는, 손가락 세 개를 펴서 세 살을 알리는 아가, 우주가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입고 날아갈 듯이 두 팔을 벌린다. 함마를 쳐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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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져라! 케이크의 촛불을 응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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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기대어 포즈도 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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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새 옷 입고 자신의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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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마 차 앞에서 함마랑 한 컷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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