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나라

우주와 한 해 마무리

by Michelle Lyu

<우주 나라>

나라에는 사람, 시간과 공간이 있다. 사람과 더불어 영공 영해 영토라는 요소가 있어야 나라라고 명할 수 있다. 우주 나라가 있다. 우주 나라에 사람과 시간과 공간이 있다. 우주 나라에 있는 가장 중요하고 중심적인 사람은 우주다. 그리고 그 우주를 너무나 귀히 사랑하는 함마가 우주 나라에 살고 있다. 함마는 매일처럼 우주와 얘기를 나누며 할 수 있는 한, 가능한 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는 우주 나라의 우주를 귀히 사랑하는 사람이다.


우주 나라!

함마는 갓난이, 아가가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 우주를 케어하며, 우주 잠을 재우며 우주 나라를 알려줬다. 함마가 우주에게 공간과 시간을 알려줬다. 우주는 Universe고 Cosmos고 Space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그저 웅웅소리만을 내고 듣기만을 하는 아가를 데리고 매일 혼잣말을 했다.


그렇게 함마는 우주 나라 노래를 지었다. 이제 27개월을 살아가는 아가, 우주는 영유아다. 이제 우주가 말을 한다. ‘함마, 우주 나라 노래’를 불러달라고. 이미 인식이 되었다. 우주 나라가 자신의 나라임을 안다. 후후!!! 귀엽게도 지금은 우주 나라가 자신이고, 우주가 자신이라는 것을 혹여 아는 듯하다.


우주 나라에 멋진 아빠 살아요.

우주 나라에 이쁜 엄마 살아요.

우주 나라에 착한 우주 살아요.


우주가 사람을 채운다. 우주가 마음을 채운다. 우주라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우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채운다. 말을 배워가는 우주가 어눌하게 말을 한다. '누군가 보고프다'는 것을 서툴게 말로 표현한다. 그 어눌한 문장이 아주 많은 의미를 담아낸다.

http://blog.naver.com/lyu0323/222194467010


거듭 생각한다. 우주는 무슨 어떠한 축복일까? 세상 모든 기쁨을 다 합한 것보다도 더한 축복이지 않을까 여겨진다. 갑자기 정현종의 <방문객>의 한 구절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한 구절, ‘한 사람이 온다는 것’에 한 단어를 바꿔본다. 생명으로. ‘한 생명이 온다는 것’으로. 우주의 탄생은 가족 모두에게 생명의 귀중함을 안겨다 주었다. 우주로 인해 웃고, 우주로 인해 웃는 일상 속으로 우리를 함몰해 가게 한다. 우주가. 우주 나라의 우주가.


한 해가 간다. 우주를 보며, 가는 해에 대한 마무리 정리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자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게 한다. 이 목사님과 소정주 선생님, 은영이, sh선생님, 사돈, 승희 등등 숱하게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선물 목록을 써본다. 감사의 케이크, 마음의 케이크, 제주 귤, 홍삼세트, 스카프 등 많은 품목에서 받을 사람에게 적합한 것을 고르고 고른다. 거듭거듭 생각하면서.


그냥 마음이다. 마음을 보내고 싶었다. 카톡으로는 선물 보내기를 잘 못한다. 오로지 현금만 보낼 줄 알았다. 나머지의 선물들은 만나야만 할 수 있는 선물들이다.


케이크를 위한 현금을

귤을 위한 현금을

홍삼세트를 위한 현금을

스카프를 위한 현금을

카톡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봉투에 담는다.


아트 박스에 들러 수첩 두 개를 준비했다. 우주 어린이집 담당 선생님과 짝꿍 선생님 몫으로 마련한 것이다. 감사 마음을 쓰고 포장을 했다. 그리곤 양말을 사서 몫몫이 준비한다. 다른 모든 분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진짜 산타의 선물처럼. ㅎㅎ

마무리, 한 해 마무리를 이렇게 한다. 이리 하도록 배웠다. 엄마에게서. 엄마는 해마다 이리 한 해를 마무리하셨다. 각각의 선물에 한 해 나눴던 진한 마음을 담아서 보내셨다. 막내는 엄마에게 배운 그대로 그렇게 수십 년을 산다. 엄마가 하신 방법을 고스란히 재현하면서.


그리고, 그나마도 멀리 있어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자를 남긴다.


Merry Christmas !!!

후배들

지인들

교수님들


한 해가 지고 있다. 지는 한 해 2020년, 최고의 날이 오고 있다. 하얀 루돌프가 손짓을 한다. 빨간색에 ‘하얀 루돌프’가 수놓아진 스웨터를 하나 샀다. 오직 한 아이만을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선물로 샀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준비했다.


우주!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빨간 스웨터를 샀다.

빨간 바탕에 하얀 루돌프가 새겨져 있다.

루돌프 뿔에 초록색으로 동그란 점이 새겨졌다.


옷을 보며 우주의 입가에 지어질 미소를 생각해본다.


크리스마스다. 새벽, 문자가 뜬다.

‘지는 해, 마무리 잘하고, 강의하는 모습이 여전히 소녀처럼 맑고 예쁘다고, 그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다고, 늘 소녀의 순수성을 잃지 말고 변함없이 잘 지내라고’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새벽에 보내신 김 교수님의 안부 문자다. 죄송함에 가슴이 울렁인다.

I대 김 교수님의 문자를 보고 S대 김 교수님을 생각한다. 두 분 다 대학원과 학부시절 큰 힘을 주셨던 분들이다.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교수님이 먼저 안부 인사를 보내신 것을 보고는 마음이 자꾸 울컥한다. 이 새벽에, 5시가 좀 넘어. 순간 교수님께 안부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이내 겨울 내내 다리 아픈 정애를 생각해내고, 늘 바쁜 문호를 생각했고, 너무 무료하다며 일을 찾는 승희를 생각했다. 이대로 모두 못 보고 이 해를 마무리해야 하나 보다란 생각이 든다. 그러다 이성적인 제자 은영이가 준 팁이 떠오른다. ‘새해에는 선생님이 가장 잘하시는 것으로 새해를 대비하시고, 타인보다 먼저, 늘 선생님만을 위해 사세요.’라며 커피 쿠폰을 보냈다. '그래 새해에는 그리 하자. 후후' 결심해본다.


우주 나라에 눈이 내린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는다. 모두 새해에는 좀 더 좋은 일들만이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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