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첫 돌

우주와 할아버지

by Michelle Lyu

우주의 첫 돌


여명이 멀다.

일어나자마자 까만 어둠을 조용히 열었다. 불을 켰다. 곧 오늘이 중요한 날이라고 알리는 듯 집안이 환해졌다. 식탁에 앉아 쇼핑백에 우주 돌 반지를 담고, 늘 간직하고 있으라고 황금돼지를 담고, 카드를 썼다. 잘해주고 싶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렇게 주섬주섬 새벽을 열며 기도를 올렸다. 지키심을 염원했다. 모든 것을...


우주

2020년 1월 5일 첫 돌

WOOJOO's 1st

Happy Birthday!!!

마음 다해 축하하고 사랑한다.

건강하고 생각 깊고 존재하는 한 사람으로 커 주길 기도한다. 언제나 한결같이...


축하객들이 조촐히 모였다. 그렇게 진정성 있게 맞기를 원했고 축복의 자리로 굳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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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 돌을 맞는 우주>


딸이 우주를 위해 모든 것을 말없이 준비했다. 아주 세심하고 아름답게. 세상에 다시없는 오직 한 아이, 딸 우주를 위해서 하나하나 준비를 했다. 주인공 우주는 자기 날인지 아는 아이처럼 의젓하게 행동했다. 돌은 맞은 우주는 아주 예뻤다. 그렇게 진정 어린 돌잔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의 가슴에 한 날을 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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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우주>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신 아빠의 삶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정중히 조용히 사랑과 연민을 담아 우주 돌 축하자리에 한 텀으로 아빠의 퇴직을 축하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아무도 몰랐다. 사려 깊은 사위와 딸이 마련한 깜작, 갑작스러운 이벤트였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 진심으로 그 이벤트에 마음을 담았다. 딸은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고 퇴직한 아빠에게 감사패를 해드렸다. 모두 숙연하게 감사패를 전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우주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2020년 1월 5일.

우주 돌을 맞아, 그 자리에서 사위는 평생을 한 직장에서 일하고 2019년 31일에 퇴직한 아버지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감사패를 읽었다. 찬찬히 진중히 묵묵히 깊고 진한 노고의 마음을 담아 전하고 감사패를 드렸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들의 친구들, 딸의 친구들, 사위의 친구들이 힘차게 박수를 쳤다. 아름다웠다. 감사패를 주고받는 그 모습이 가슴이 시리도록 뭉클했다. 가장 인간의 윤리와 기본에 근거한 마음이었다.

많이 감사했다 모든 것이...


시간을 지난다. 순간임을 인식하게 만드는 세월이 거세게 몸을 흔들어댄다. 낡아가고 작아지고 흔들리는 몸에 마음이 심히 요동을 쳐대며 시간을 지난다. 자연스레 거센 흔들림에 순응하며 또 그렇게 시간을 간다. 가고 있다.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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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아 카드를 쓰고>


인간사 모든 것은 언제나 Give n Take이고 이 또한 만고의 진리다.

큰 아이는 세상의 원칙이나 룰과 좀 동떨어져 무관하게 살았다. 세상과 등을 지고 산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 모든 것에 그저 무심하며 어떤 욕심도 욕망도 없는 그저 선한 곧은 사람으로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상주의자이다. 그게 걱정이 되었다. 두 세대를 지나 하루하루 나이를 인식해 가며 삶을 지나는 엄마는 심히 그랬다.

그렇게 살아도 지금까지는 부모가 그 모든 것의 바람막이도 그늘도 피난처도 되어줄 수 있었다. 낡아가는 저물어가는 시간을 가는 엄마는 늘 목이 말랐다. 길게 멀리 오래 지름길을 놓아 두고 돌고 돌아가는 아들을 보고 목이 마르고 맘이 무너지고 몸이 작아지며 급기야는 가슴이 시려 꺼이꺼이 울었다.


아들 친구들의 말속에서 엄마는 이제 더 확실하게 아들의 삶이 인생이 내일이 룰과 원칙을 동반하는 살이 되어야 함을 인지한다. 엄마는 그 인지 또한 너무 아프다. 아들이 세상에 서고 가고 또 가야 함이 멀기에 진정 가슴이 내내 아픔으로 저려온다. 아프기에 더 기도가 필요함을 확인한다. 언제나 한결같은 기도로 모든 것을 조응하고자 다짐을 하고 더 한다.

순간에도 찰나에도 큰 아이, 아들이 이 진리에 한 번 더 가길 기도한다. 삶에 모든 순간을 알고 느끼고 깨닫기를 기도한다. 멀리 돌아 돌아왔다. 아주 멀리 멀리 멀리 돌아 이 자리에 왔다. 자신이 하고픈 것을 접고 차선으로 택해야만 했던 공기업 그저 이 시간 잘 적응해내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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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위해 사위와 딸이 준비한 감사패>


이제 온 맘 다해. 온 맘 다해 전심으로. 당신께 가까이, 가까이 더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지키소서. 제 모든 마음과 간구와 기도를 당신의 뜻대로 선하게 영광으로 이끄심을 원합니다. 우주 돌을 맞아 염원하는 기도가 간절함으로 목이 메어온다.


우주를 위한 기도는 가족을 위한 기도는 어느새 간절함으로 목에까지 차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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