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처럼
국민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종이를 나누어 주면서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쓰라고 했다.
아마도 의사가 되겠다고 썼던 걸로 기억한다. 장군이나 대통령이라고 쓴 애들도 꽤나 있었는데, 의사를 쓴 걸로 봐서 나는 그때도 지금처럼 크게 야망은 없는 아이였던 것 같다.
중학교를 가면서 내 수학 실력으로는 의사가 되기는 어렵다고 현실을 자각했던 것 같다.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시인이나 작가가 되고 싶기도 했고, 열심히 교회를 다니고 있었기에 목사가 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인과 목사는 먹고살기 힘들다. 부자가 된 시인과 목사도 없진 않지만, 대개는 가난하다.
어린 생각에도 먹고살기 힘든 건 싫었는지 어느새 장래희망이 국어 선생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원서를 쓰면서 국어국문과는 취직이 어렵다며 법대나 상대를 가라는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경영학을 전공하게 됐다. 결국 국어 선생님과도 그렇게 멀어지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을 한 이후로는 아무도 내게 장래 희망을 묻지 않게 되었다.
50이 넘어가고 슬슬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주변에 다시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농부가 되겠다는 친구도 있고, 신학대학원을 다녀 목사 안수를 받겠다는 친구도 있다.
자영업을 해보겠다.. 유튜버가 되겠다.. 자연인이 되겠다.. 등등 참으로 다양한 장래희망들을 이야기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기술을 익힌다고 했다.
더 이상 대통령이나 장군, 의사 같이 특별하고 빛나는 장래희망을 꿈꾸지는 않지만, 작고 소박한 꿈을 꾸는 것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도 저 넓은 들판 들풀들 속에 흔하게 핀 민들레처럼, 작은 희망의 홀씨를 열심히 날리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민들레 꽃처럼 살아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