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92

사진을 찍는다.

by 김영식

사진을 찍는다.


사라져간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 결국 아무리 좋았던 것들도 시간이 흐르면 번진 잉크 자국처럼 변하기 마련이니까.

사라져간다.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이자 명백한 사실이었다. 어쩌면 사람이 살아오면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면 ‘사라진다.’일지도 몰랐다.

사라지니까 사랑하자. 사라지니까 하나라도 더, 한 번이라도 더 잘 살자. 자유롭자. 행복하자. 건강하면 더 오래도록 남을 수 있으니,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 건강하자.

그래도 결국 사라져간다. 그래서 ‘사라진다.’라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 때마다 마음속에서 바스락거리며 들려오는 소리들을 못 들은 척 흘려보냈지만.

사라져간다. 나 자신을 비롯해 부모도 가족도 시간에 속한 모든 것들은. 심지어 영원할 것 같았던 생각들조차도 사라져간다. 모든 것은 시간이란 강물에 띄운 나뭇잎 배처럼 흘러간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 앵글에 잡힌 순간 모든 것은 특별해지고 기록이 된다.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아! 이랬었구나.’하면서 다시 그 날의 행복을 회상한다. 그리고 그 날의 행복을 깨닫는 순간 오늘이란 시간도 그 날의 행복으로 함께 물든다. 그리고 소중함을 알게 된다.

사라지니까 특별한 것이므로 사진을 찍는다. 나를, 흘러가는 시간들을, 그 위에 서있는 사람들을.

별것 아닌 것 같았던 하루도 사진을 찍고 보면 참으로 특별한 하루였음을 알아간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오늘처럼, 아직 남아있는 존재처럼, 그리고 사라졌을지라도 추억만은 남아있는 시절처럼 특별함으로 이 순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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