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위대한 걸음이여라
아, 위대한 걸음이여라!
권력이란 가장 높은 곳, 권자에 앉은 일인의 것이 아닌
세상 가장 낮은 곳, 하나하나 풀잎에서 태어나는 것을
그것을 아는 고귀한 자들의 걸음은 이토록 아름답다
입을 닫고 무겁게 걸어 잠근 성문을 뚫는 것은
거친 공성기가 아닌 반딧불 같은 작은 불빛들의 밝음이었다
마천루에 닿을 것 같은 높은 깃발을 내리는 것은
날카로운 쇠고리가 아닌 각기의 목소리로 외치는 하나의 소리였다
그렇구나. 정녕 위대한 나라의 이름은 권력자에서 오는 것이 아니요
몇몇의 영웅에서 오는 것도 아닌 오직 민초에서만 나온다는 것을
바람에도 흔들리는 가녀린 풀잎 같은 자들의 모여
용 같은 울음으로 증명한다는 것을
지옥을 닮은 위대한 나라에서 살아왔다는 감각에 뜨거운 요동을 느낀다
아, 이들의 걸음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걸음이니
세상 어느 곳에서 이토록 평화롭고 정의로운 전쟁을 본 적이 있는가?
세상 어느 곳에서 피 없는 기본권을 향한 자유의지를 본 적 있는가?
큰길을 내는 것은 걸어가는 자들의 걸음이요
그 걸음의 뜻을 아는 모두의 마음이니 눈물이 샘솟는다
그랬다. 몰아치는 태풍에 잃어버린 권리를 찾는 것은
힘을 가진 자도 아니었고 돈과 명예를 가진 자도 아니었으며
오직 그들 자신, 가장 짓밟혀 생채기 그득한 오직 그들뿐이니
아, 이토록 위대한 자들의 걸음을 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