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껍질.
산다는 일이 참으로 껍질 같았다.
하루를 살면 하루의 껍질이 생기고 이틀을 살면 두 번의 껍질이 생겼다.
본디 탈피하기 위해서는 몸뚱이가 있어야 되는 일인데 알맹이는 온데간데없고 하루의 끝에는 껍질만 덩그러니 남았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내 것은 없었던 것 같았다.
하루 동안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치열하게 살아왔다. 분명 매 순간 흘린 땀이 몰두했음을 증명했다. 목이 뻑적지근할 정도로 무엇인가를 해왔음은 분명했다.
노곤한 하루를 마감하는 새벽마다 툭하고 허물이 떨어진다. 오늘을 살던 허물이 툭 떨어지면 말랑말랑한 영혼의 피부가 드러난다. 그리고 추위가 밀려온다. 소름이 돋는 한기에 영혼은 말린 귤껍질처럼 쭈글쭈글해진다. 곧 굼벵이처럼 말린 자신을 발견한다.
껍질이 남았다. 껍질에게도 나와 똑같은 눈코 입이 달려있고 있고 팔과 다리,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 달빛이 껍질에 투영된다. 훤히 안이 보이는 껍질. 비어 있었다. 비어 있으니 투명하게 비칠 것이었다. 매일 같이 무엇을 채워 살았음에도 껍질은 밥알껍질처럼 얇고 투명하며 텅텅 비어 있다. 자꾸 채워 넣어도 시간만 되면 배고픈 것이 껍질처럼 비어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