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야 할 것
사랑해야 할 것
사랑해서 겪을 아픔이
사랑하지 못해서 겪을 아픔보다 크더라도
사람은 사랑하여야만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하라
미련이 남거나 후유증이 심각하더라도
그대는 사랑하여라
마음을 있는 힘껏 열어 모두 보여 주어라
그런 '간절함'없이
단 하루도 진심을 다했다
말할 수는 없는 것이고
수많은 소설과 시들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는 것이며
행복했다 말하는 일은
'자기 위안'이자 '위선'일지도 모르니
그러므로 사랑하라
너의 심장과 눈가가 촉촉해질 때까지
가슴 가장 깊은 곳부터 구름까지 오를 만큼
지상의 태풍과 온화한 천국의 봄 사이에서
사는 것처럼ㅡ,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여라
그대와 마주 앉은 어느 한적한 카페.
조용히 흐르는 음악과 커피 향을 즐기던 제게 그대는 문뜩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을 두려워하지 마.’
뜬금없는 이야기에 나는 동그래진 눈으로 당신의 의중을 파악하려 노력했지요.
진심인가요? 그대.
그대는 그토록 무거운 이야기를,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게 던져 놓고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시는군요.
물끄러미 그대를 바라보다가 시선 돌린 찻잔의 수면 위로 저의 얼굴이 비췄습니다.
입술은 말없이 닫혀있었지만 지난 과거들이 흘러나오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잠시 동안이나마 회상에 잠기었습니다.
그대가 말처럼 비슷한 말을 이전에도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 역시도 당신처럼 잔잔한 미소로 나를 타이르듯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만 결국 끝까지 저의 진심을 내보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 오래전에는 분명 있는 힘껏 사랑했었다 자부했던 시절도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왔다가는 바람 같은 사랑도 사랑이었고 때가 되면 저절로 지워지는 낙엽 같은 사랑도 처절하리만큼 애절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리 흘러가는 강물 같은 사랑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술에 취해 울기도 하고 미련한 사람처럼 변해가는 사랑을 모른 척 하기도 했었던 지난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그대가 말했던 단단한 껍질. 그대가 넘기 힘들다 말했던 나의 세상과 바깥세상 경계선에 마천루 같은 높은 담이 놓이게 된 이유.
그래요. 생각 깊은 그대라면 짐작하셨겠습니다.
그대가 보는 나의 모습들은 잘 꾸며진 선물상자 같은 것.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은 뒤죽박죽이 되고 부서지고 깨져있는 상태였음을 그대는 눈치채셨겠지요.
과거란 이름의 상처, 또 오늘이란 이름의 공허, 남보다 나 때문에 우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을 살고 있는 저였기에 차마 그 안에 누군가를 들여 놓기가 힘겨웠음을 고백합니다.
아직 나조차도 정리하지 못한 제게 그대는 방아쇠 같은 그 말씀을 던지고야 마시네요.
사랑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사랑하지 않아서 겪을 아픔보다 사랑해서 겪을 아픔을 택하라고. 그럴 만큼 가치 있는 일이 사랑이라고.
그대. 나는 오늘도 의문을 같습니다. 창밖의 사람들처럼 나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요?
모진 세월 덤덤히 흐르는 시간처럼 나 역시도 그렇게 덤덤히 기다리며 가슴에 사랑이란 진실된 한송이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