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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뜬 Sep 13. 2015

가끔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53

과함.

과함.     


넉넉함은 괜찮았지만 과함은 좋지 않았다. 

이것은 비단 모든 일에도 적용할 법한 이야기였지만 감정이 섞인 일에는 더욱 그랬다.

과함은 마치 약을 남용하는 일처럼 마음의 내성을 만들었다. 그렇게 과함이 일상이 된 생활이 익숙해지고 나면 점점 닿을 수 있는 진심의 말들이 줄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런 감정의 말로에는 결국 내가 뱉는 말들이 진심인지 집착인지 헷갈리게 만들었으니 아름다운 결말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본다면 과함은 익숙함이란 치명적인 결함을 빠르게 데리고 오는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익숙해졌을 때 능력은 안정을 얻었지만 그대와 나는 설렘을 잃었다.

한 마디가 아쉬웠던 시절에는 수 십 가지의 말을 내뱉었고 일일이 그대의 황홀한 반응에 기뻐했던 나였다. 어쩌면 그 당시에는 당신으로부터 나의 존재가치를 찾았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처럼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늘 그대에게 수백 가지의 말들을 입 아프게 쏟아내고서도 이제는 무엇이 당신에게 닿았는지도 알 수 없다. 감정과잉이 된 노래는 오히려 듣기 거북하듯이 나는 절제하는 법을 몰랐었던 것이겠다. 그것이 다가오는 계절보다 한 발 앞서 우리에게 겨울이라는 시간을 데려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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