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에는.
그런 날에는.
살다 보면요. 그런 날이 있어요.
밥을 먹다가 문뜩 눈물이 나는 날.
거리를 걷다 새삼 무거워진 발걸음을 느끼게 되는 날.
밤하늘보다 더 어두워진 자신의 표정을 발견하게 되는 날.
세상으로부터 날아온 수많은 화살의 표적이 자신이 되어버린 날.
길가에 핀 야생화처럼 누구도 봐주지 않는 날.
그런 날은요.
잠시 시간을 세워놓고 오래전에 들었던 좋은 음악들을 들어요.
잠시 마음을 머리맡 가장자리에 놓고 눈을 감은 채 공상하기도 하죠.
잠시 생각을 망망대해로 부표처럼 던져 놓은 뒤 밤하늘에 핀 별들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잠시 모든 걸 멈추고 먼지 그득 쌓인 책을 후후 불며 꺼낸 뒤 운명처럼 만날 어떤 구절을 기다리기도 하지요.
그런 날에요.
뭘 해도 더부룩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 날에는 말이죠.
누군가 제게 다가와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네가 좋다고.
비 내리는 하루를 울적히 보내는 너도 좋고 태풍에 휩쓸려간 너라도 좋다고.
어둠을 두려워하는 너도 좋고 하루 종일 미동도 않고 멍하니 침묵하는 너도 좋다고.
존재로서 피어난 너의 존재 그 자체를 너무나 좋아한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