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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뜬 Oct 03. 2015

가끔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66

퇴근.

퇴근.



현관에 들어서자 센서등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신발 벗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적막함.

불 꺼진 집안의 고독은 막을 수 없는 계절처럼 외로움이란 시간을 파도처럼 밀려 들어오게 한다.

 

함께 있을 때는 함께 있기에 외롭고 혼자 있을 때는 혼자라 외롭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아 가고 있었다. 

자꾸 반복되는 일정은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어제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들었다.

돌고 돌다 보면 주말이니 쉬는 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시간은 알았어도 세월은 몰랐기에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을 눈치챘을 때는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는 홀로 맥주 한 캔을 따며 살포시 피어나는 알코올의 향기에 몸을 기댄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뛰어가는 줄 알았는데 고작 걸어가는 게 전부인 것 같았다.

걷는 줄 알았는데 서있는 게 고작이었다.

서있는 줄 알았는데 쓰러지지 않으려 겨우 중심만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거센 바람은 세상에서도 불어왔지만 그의 안에서도 불어오고 있었다.      


언젠가 어떤 길도 뚫고 나아가는 용기 있는 여행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이 있었다. 

오늘은 버텨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참아야만 하는 살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책임이란 말로 하루를 버티는 어른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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