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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뜬 Oct 05. 2015

가끔 생각해보면 좋은 것들 -71

회색.

회색.


‘괜찮다.’라는 말로 몇 번 스스로를 속여 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용기와 희망을 구걸하는 기도로 잠들었지만 눈떠보면 변한 것은 하루가 더 지나간 시간뿐이었다.

하루만치 늙은 내가 하루만치 무거운 얼굴로 잠에서 깼다.    


홀로 차가운 정류장 바닥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오고 가는 버스는 많았고 내리고 타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정말 그들도 자신의 갈 곳을 알고 가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들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물어보기조차 겁났다. 그들의 입술은 표정보다 더더욱 무겁게 짓눌려 있었으니까.     


회색빛 도시에 회색빛 사람들이 살았다.  

차라리 아예 검거나 희다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검은 것도 아니고 하얀 것도 아닌 존재는 언제까지나 걸쳐져 있는 중간쯤 어딘가에 살고 있었다. 


머리는 밤하늘 같은 빛깔이었고 가슴은 뭉게구름 같은 하얀 꿈을 말했다. 

그런 날이면 나의 세상에는 하얀 빛과 검은 빛이 만나 회색빛 구름이 태어났다. 그리고 눈물 같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시멘트 같은 색깔로 시린 바닥에 주저앉아 부르튼 눈을 감추려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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