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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Jun 21. 2021

4차 산업혁명의 실루엣

[프롤로그] 코로나 시국, 대안 없이 학원만 보냈던 강남 엄마


불현듯 다가온 인공지능의 그림자


2년 전 작은 제약 바이오 회사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인사팀으로 발령받아 직무가 바뀌게 되었다.

전략기획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 전략을 수립하던 일과는 다르게, 인사팀은 관리 업무의 비중이 컸다.

그래도 기존 인사팀장과는 다르기를 기대했을 테니 나를 그 자리에 앉혔으리라.

함께 일하던 똑똑한 과장을 데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자 인사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때마다 고리타분할 것 같은 인사 분야에도 최첨단 기술이 스며들고 있다는 변화를 느끼고 돌아왔다.

10여 년 전 모 전자회사 다닐 때 스마트폰을 기획했던 과거 직무가 떠오를 만큼 내가 기술 연구소를 다녀왔나 착각할 정도였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생산성이 얼마나 향상할 수 있었는지 기업체마다 경험적인 사례를 발표했다.

예를 들면, 오류를 발견하는 데 사람이 투입되면 한 달 이상이 걸릴 분량을 밤새도록 일하는 인공지능은 대여섯 시간 안에 뚝딱 해낸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서로 앞다투어 간증하듯 인사 파트의 인공지능 적용 가능성을 공유했고, 눈만 껌뻑거리는 나 같은 청중을 위해 중간중간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환경 등 기술들도 간단히 설명했다.


처음에는 남의 나라 얘기인 듯 흘려 들었다.

'그게 인사랑 무슨 상관이야? 쇼잉하고 싶은 돈 많은 부서에서 도입해 보는 거겠지.'

그러나 두 번 세 번,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어느 순간 귀에 주요 단어들이 꽂히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4차 산업혁명이었다.

강연자들은 하나같이 이 얘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인사부터 혁신적인 생각을 적용하고 첨단 기술을 도입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 생산성을 자랑하며 발표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강단에서 사라지는 상상을 해버렸다.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이 많아지면 결국 열변하는 저 사람들도 역할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마침 여러 강의에서 '미래에는 지금 직업 종류의 70% 이상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내용도 함께 떠올랐다.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급해졌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달려왔나 하는 생각에 억울함마저 느꼈다.

그런데 나야 부장이라는 직급까지 경제활동을 했다고 쳐도, 우리 아이들은?!



거대한 변화의 시그널, 그 실체를 찾아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작년 큰 애가 중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터 더 그랬다.

사실 회사를 다니며 바쁘다는 핑계로 두 아이를 학원 뺑뺑이에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스카이캐슬 드라마 열풍 이후 대치동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 마음은 성공 공식이라 여겨왔던 기존의 공부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통할지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하필 이때 회사는 코로나의 여파로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강남 사무실을 정리하고 경기도 본사와 합치게 되었다.

퇴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이 많이 길어지겠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계속 학원비를 벌 수 있는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중요한 중고등학생 시기에도 엄마의 케어가 부족한 상태로 계속 학원 뺑뺑이로만 지낼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뭔지 모를 거대한 변화의 시그널을 감지했고, 그것이 코로나로 인해 좀 더 가까이 온 이 싸한 느낌을 해결하고 싶었다. (이 거대한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해도 무방하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신호들을 무시하기가 더 어려웠다.

출퇴근 시간도 길어지는 데 이 찜찜한 상태로 회사를 다니면 이도 저도 제대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모르면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여러 세미나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찾아 우리 아이들에게 앞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적용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20년 봄, 퇴사를 결심했다.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코로나 이후 우리 아이 교육 방향에 대한 단상


퇴사와 함께 아이는 중학교 1학년 한 학기를 마쳤다.

그리고 아이의 생활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자유 학년제였던 중1의 학습과 더불어 선행을 지속한 아이들 간에 개인 격차가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학업이 온라인 학습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공부를 아예 내려놓은 아이들, 오프라인 등교처럼 성실히 하는 아이들, 더 나아가 학교 수업도 챙기며 조금 더 생긴 여유에 선행까지 달리는 아이들,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사교육으로 여유 시간을 채운 학생들, 즉 꼬박꼬박 학원을 성실히 다닌 친구들은 자기 페이스대로 학원 텐션을 적절히 유지하며 영어, 수학뿐 아니라 국어와 과학까지 섭렵했다.


결국 코로나 때문에 루즈한 학교 교육을 기대할 수 없는 대신, 학원 열심히 다닌 애들이 결국 위너라고 평가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

재미있게도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들으면서 학원은 또 오프라인으로 보내는 이상 현상이 속출했다.

엄마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불안하고 대안이 없으니까 학원만 계속 보내는 거죠.

대안이 없어서...


우리 큰 애도 중1 때부터 영어, 수학, 국어 모두 대치동 학원으로 다녔다.

코로나 때문에 버스도 불안해서 퇴사 후 대치동까지 태워줬다.

그러면서도 이게 맞는 것인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한숨을 쉬었다.

내가 대치동 라이드 하려고 퇴사한 게 아닌데 말이다.

머릿속 다중이들끼리 매일 토론한다고 시끄러웠다.


 - 중1밖에 안 되었잖아, 꼭 이렇게 빡빡하게 다녀야 해?

 - 지금 뒤처지면 나중에 갭을 채우기 힘들 테니 차라리 지금 힘든 게 나은가?

 -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거 느꼈잖아, 그리고 코로나 때문이라도 이제 언택트 시대라며..?

 - 기존의 공부 방식으로 얘들 대입이 통할까?

 - 입시가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고 그럼 대입 이후는?

 - 설마 미래에 없어질 직업을 갖게 하기 위해 이렇게 꾸역꾸역 대치동 라이드를 하고 있나?!


아.... 정말 뭐가 맞는 것일까..........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만 하면서 언제나 꽉 막힌 대치동 학원가에 아이를 내려주고 왔다.

유튜브, 블로그, EBS 등 미래 교육이라는 키워드로 찾아보아도 미래 교육은 확연히 변할 거란 방향성 얘기만 있지, 현재 입시 준비 방법을 어떻게 바꾸는 게 좋다 혹은 이런 교육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혼란은 매일 가중되었다.


이제 몰몬트처럼 '이 학원이 좋대, 아니 저 학원이 좋대.'라는 말만 듣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건 신물 난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팬데믹이 앞으로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만의 확고한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고

이 영향으로 급변하는 사회가 실제로 원하는 인재의 조건은 무엇이며

이런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나만의 시각을 가져보기로 결심했다.


해당 전문가들은 정말 많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꿰어 내가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내 아이에게 맞는 액션 플랜까지 도출하고 싶어 졌다.

그리고 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나처럼 갈팡질팡 고민하는 학부모들과 공유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러 생각의 조각들이 모이면 적어도 미래교육 방향에 대한 집단 지성이 생겨 이 세상을 살아갈 묘책을 발견하지 않을까?

아니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한 친구들이 있다는 느낌으로 적어도 자녀 교육에 있어서 외롭지 않게 같이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단, 너무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러나 꾸준히 알아보고 싶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일까.

나에게는 너무 어려워, 어렴풋한 실루엣이라도 그려보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그래서 요즘 형용사 수준으로 쓰이는 이 용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도해보려고 한다.

기술 전문가가 아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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