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다 더 가까운 그녀들

아이 초1 때 만난 엄마들과 힐링 여행을 떠나다

by 메신저클레어

과연 이게 될까 싶었다.

우리 셋 모두 각자의 큰애 초1 때 만난 엄마들인데 이번 대입을 함께 치르고 우리도 쉴겸 힐링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심지어 정시 합격발표 전날이라는 것!


그러나 우리는 즐거웠다.

비록 근교 스키장 1박이라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출발부터 설렜고(오랜만에 느껴보는 신남), 가는 내내 들떠서 셋다 재잘재잘 조잘조잘 엄마들 수다는 계속되었다.


리조트 체크인 전에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며 보리밥집에서 한차례 거하게 배를 채웠다.

애들 챙기느라 늘 뒷전이던 우리의 식사가 이번만큼은 온전히 즐기며 먹는 힐링타임이었다.

더욱 기분이 업되어 체크인을 하고 와인부터 한잔씩 하고.. ㅋㅋ


스키장에 와서 스키는 안 타고 널브러져 TV 보는 우리가 뭔가 여유라는 사치를 부리는 듯 느껴졌다.

자, 나가자!

추우니까 바깥 말고 실내에서 놀자고~


그래도 좀 더 경험이 있는 내가 그녀들을 탁구장과 당구장으로 인도했다.

탁구를 가르쳐주고, 포켓볼을 가르쳐주면서 뭔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그녀들이기에 금방 초급딱지를 떼고 속도가 나는 것이 아닌가!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그녀들을 보며 내가 더 고마웠다.


그래.. 우리가 결이 맞으니 오랜 시간 친구보다 더 친해진 거겠지?

호호할머니 돼서도 함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흐뭇했다.


치킨을 포장하여 방에 돌아와서 남은 와인과 가져온 치즈들을 먹으며 옛날을 회상했다.

유치원 티도 다 벗지 못한 아가들이 학교에 입학하여 우리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지금은 청년이 된 우리 아이들이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에피소드를 소환하며 진심으로 깔깔댔다.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렇게 거짓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대학 합격여부와 무관하게 이렇게 잘 어울려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친구를 뛰어넘어 가족과 같은 묘한 친밀감을 느꼈다.


새벽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알코올에 약한 나부터 와인 한두 잔에 하품이 끊이지 않아 시시하지만 먼저 잠을 청했다.

그러나 덕분에 맑은 정신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밤새 소복하게 쌓인 함박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설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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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이 진정 휴식이로구나!

그리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정말 진심과 정성을 다해 그녀들에게 조식을 차려주고 싶었다.

마침 전날 스타필드에서 사 온 다양한 음식들이 안주뿐만 아니라 조식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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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베이글, 티라미수, 구운 계란, 쑥떡, 오렌지, 패션후르츠티, 커피 등 아침을 이렇게 배부르게 먹으니 점심때 가기로 했던 식당에 도저히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여행을 또 약속하고 체크아웃 후 커피가 맛있다고 소문난 주변 카페에서 여행을 정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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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정시 합격발표일이기에 오전 9시, 10시, 2시 등 때마다 합격자 조회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대단한 우리다~


image.png 초상권 이슈로 보정했음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을 함께 겪었다.

자식 문제로 함께 울고 웃었고, 더 나아가 가족 문제로 답답할 때 머리 맞대고 고민해 준 고마운 인연이다.

30대에 만나서 반백년 나이가 된 지금도 곁에 있는 그녀들이 이제 그 누구보다 소중하다.

같이 여행을 하면 그 사람을 안다고 하지 않는가.

밥 먹고 차 마시는 것에 더하여 여행도 문제없다는 걸 서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번 겨울 우리는 대학 입시의 다양한 결과를 얻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아 반수나 재수를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또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며 희로애락을 나눌 것이다.

더 나아가 아이들 취업, 결혼, 출산 등 훨씬 다양한 소재로 나누며 그렇게 익어갈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m.C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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