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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ㄴ Sep 19. 2020

GV 빌런 고태경을 읽고

짧은 생각


"자네는 영화학교에서 뭘 배웠어?"

식사를 마치고 나란히 걸으며 고태경이 내게 물었다.
"뭐…. 별 게 있겠어요. 제 재능이 어쭙잖은 수준이라는 거죠."
"재능?"
고태경은 코웃음을 쳤다. 
"재능이니 뭐니 하는 건 이십대에나 하는 거 아냐? 그냥 하는 거지. 이 나이 되니까. 재능 있다던 사람들 그만 두고 재능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성공하는 것도 다 지켜봤어. 꾸준히 계속하는 의지야말로 진짜 재능이지."

/유튜브 브이로그 시대에 두 계쩔 동안 돈 한 푼 벌 수 없는 독립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니. 재개발이 되고 있는 풍경들 사이에서 내가 멸종된 공룡 화석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각자가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잘하고 싶었는데.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콘티도 열심히 그렸는데. 우리는 왜 우리가 사랑하던 것들을 미워하게 될까.

/"작품을 완성하려고 무릎까지 꿇었다고 했지? 그런 거 아무나 못 해. 난 말이야, 이제 나한테  그런 기회가 주어지면 무릎 꿇는 거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진짜 부끄러운 건 기회 앞에서 도망치는 거야."
고태경이 잠시 간격을 두었다가 덧붙였다.
"완성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이야."

/나는 앞으로 실수하고 후회하고 반복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 않을 거다.




꿈, 막막한 미래. 요즘 2030이라면 다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내용도 어렵지 않은 데다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주제라 더 술술 읽혔다. 책 후반 드러나는 고태경과 채화영의 관계는 좀 억지 같고 아쉽지만. 쨌든 흔한 이야기였지만 그래서 내 상황에도 맞닿는 부분들이 많다고 느꼈다.


주인공 고태경에게서 언제부턴가 '이걸 해야지, 저거 해야지'라고 마음에만 품으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내 모습이 보여서 슬프면서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물론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이유는 분명 다르다. 난 고태경보다 무언가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좋아하지 못하고, 부지런하지 않다.


무언가를 미친 듯이 애정 할 수 있다는 것. 삶에 그런 열정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 것 같다. 예전에 아이돌을 정말 좋아했던 시절에, 언니에게 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언니에게 "살면서 뭐 하나 미친 듯이 좋아해 본 적 없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인생 아냐?"라고 반박했는데. 그때 내 열정, 지금 다 어디 갔나. 나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 않고.. 더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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