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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나무 Apr 16. 2021

목련나무 엄마

희생이라 생각했지만

몸도 마음도 시리고 아픈 겨울이 다가왔음에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나의 마지막 남은 잎을 모두 떨어뜨렸다.

그리고 내 안에 있던 욕심을 모두 가슴 깊이, 뿌리 깊이 묻어둬야 했다.

꽃으로 옷을 입지 못 하는 나의 보잘것없는 모습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는 꾸밈과 욕심으로 인해 나의 아이들이 얼어버려서는 안 된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사랑으로도 감싸지 못할 것 같았던 그 겨울.

비록 나는 얇은 외투를 입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크고 두꺼운 털옷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따뜻한 겨울을 보냈고, 새근새근 잠자는 아이의 숨소리에 나 또한 살아있음을 느꼈다.

비록 차가운 눈보라에 흔들려 애써 만든 털옷을 떨어뜨릴 뻔했지만, 눈보라는 잠시였다.

매서운 바람 소리 사이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숨소리는 눈보라를 견디며 살아가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며 힘이 되었다.


태양이 우리를 향해 따뜻한 빛을 비춰주자 기다리던 봄이 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내가 만든 털옷이 더웠는지 하나둘 벗어던졌다.

나는 아이 스스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순간을 믿고 기다렸다.


드디어 꽃이 피었다.

아름답고 큰 꽃을 피웠다.

나 또한 꽃이 되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나무가 되었다.

 


단단히 서있는 나의 머리 위에서 아이들은 잠시 구경을 하고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겁이 났는지 하늘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꽃은 엄마 나무가 서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두려운 걸까?"


고민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그동안 받은 사랑을 녹였다.

엄마 힘내라며 이제 엄마 차례라며 본인들의 온기와 사랑을 나누었다.

나무의 사랑을 듬뿍 먹은 꽃들은 그 자리에 깊이깊이 스며들어 엄마를 위해 제 몸을 내어주었다.



엄마나무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그들은 멀리 떠나지 않고 주변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엄마가 서있는 땅이 엄마의 세상이 비옥해졌다.



꽃잎의 무게 때문에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목련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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