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티볼
개인과 사회가 지속적으로 접촉 · 교류하는 과정에서 아동의 인지적 발달이 일어난다
-레프 비고츠키
전담선생님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2주간 초등학교에 강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등교해서 느낀 점이라면
코로나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그중 교사로 근무하는 나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학생들이... 대답을 잘 안 한다
나 "이러이러해서 저러저러 하자~"
학생들 "묵묵....."
나 "여러분? 대답을 좀 해주겠어요?"
학생들 "느에에에에에~~ (개미 똥꾸멍만 한 무기력한 대답)"
비대면 수업을 2년여간 받으며
상호작용보다는 일방적 온라인 수업을 받아 온 탓인지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혼잣말을 하거나
옆친구와 속닥속닥 자신들만의 소모임을 만든다
혹은
단순히 내가 마뜩잖아 그럴 수 도 물론! 있다
학생들에게
대답을 부탁하는 나의 올드한 교수철학이...
나를 꼰대라고 말하실 수도 있겠다(억울~!)
하지만,
인지심리학의 대가 비고츠키 박사님께서는
아동의 실제적 발달 수준과 유능한 타인의 도움에 의한 해결 사이에
정교한 교수학습작용이 일어나면 인지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즉 나의 잔소리가 학습 현장에서 인지발달을 위한 방법론적 스킬(일명 스캐폴딩)일 수 있습니다(급 존칭)
실은, 대답을 안한 학생들이 나중에 규칙을 백번 물어보기 때문입니다(이건 사실)
이렇게 학생들과 우리 수업의 규칙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과정이
인지심리학의 한 꼭지라고 설명할 수 있다니
무쓸모 한 석사과정이 아니라는
슬픈 내돈내산 대학원 후기.....
2주간의 짧은 수업은
학생들과 라포를 형성하다가 끝나버릴 터라
아쉽지만.. 틈틈이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다
*라포란 (rapport) 사람과 사람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
정신없이 제한시간 40분 안에 진도를 나가는 나에게
한 학생이 다가와 묻는다
"근데 선생님 몇 살이에요?"
우리는 항상 궁금해 왔다
선생님의 나이, 결혼여부, 첫사랑.... ^^
이럴 때 나의 대처법은, 실제 나이보다 조금은.... 높여 말해주는 것이다
나 "85살이야"
"네 에에에?? 우리 할아버지랑 동갑이시네요? 선생님 꽤 동안이네요?!"
때때로 변성기의 초등학교 6학년이, 1학년보다 귀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