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TV 리모콘과 한 몸인 그대에게
TV에서 내 감성코드와 딱 맞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요리조리 리모큰을 돌리고 계신 분들 있으시죠? 주전부리처럼 읽히는 상식 글 한 편 올리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이 글을 읽기 전 캔맥주 한 캔이 있다면 더욱 좋겠죠? 많이 들었지만 알쏭달쏭한 오페라를 맥주 안주 삼아 오징어 다리처럼 씹어 봅시다. '아리아'는 뭐고 '레시타티브'는 뭔지, '오페라 부파'는 뭐고 '그랜드 오페라'는 뭔지, 클래식 음악과 어떻게 다른지, 뮤지컬과는 비슷한 지... 오페라에 대한 몇 가지를 정리해 올립니다. 저처럼 그저 좋아만 하셨던 분들이 가장 상식적인 흐름을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음악에 관해 풍부한 실력과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패스하세요~~
오페라에 대한 관심은 젊은 날, 크리스마스 이브,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던 푸치니의 <라보엠>을 봤던 것으로 시작했지요. 무슨 말인지는 도통 모르겠는데 깊은 물 속에 공기방울들이 수면으로 올라가는 것 같았지요. 인간의 목소리가 내는 울림이 그토록 감정적인지 몰랐었습니다. 그 후 형편 닿는 대로, 기회되는 대로 듣고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B석 끄트머리에서 귀만 열고 있답니다. 여즉 한이 돼서 오페라글래스 쓰고 우아하게 부채를 들고 있는 영화 장면은 몇 번이고 다시 replay~
먼저 님들이 흔히 들었을 <오페라의 유령> OST를 듣고 시작할까요?
영화 <오페라의 유령> OST
1597년, 이탈리아 예술가와 귀족들의 모임 <카메라타 Camerata '작은 방'이라는 뜻>를 통해 처음 탄생했습니다. 지금의 두오모 성당에서 초연했다고 합니다. 야코포 페리(Jacopo Peri)의 <다프네>라는 작품인데 기록만 있고 작품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오페라(opera. '작품'이라는 뜻)는 르네상스를 여는 새로운 양식이었습니다. 또한 그리스 연극을 복원하려는 사람들이 실험해 본 종합예술이었지요.
"인간은 원래 연극적 본성을 타고 납니다. 다른 사람이 되려는 욕망, 다른 사람인 척하는 욕망을 억누르면서 사회화가 되는 겁니다. 연극은 사람들 내면에 숨어 있는 이 오래된 욕망, 억압된 연극적 본성을 일깨워 줍니다."
평민들과는 클라스가 다르다는 신분 과시의 수단으로 귀족들은 대관식이나 결혼식 축하연 때 평민들을 궁으로 초대합니다. 메디치 가문의 딸 마리아와 프랑스 앙리 4세의 결혼식 축하연이 있었던 1600년, 그리스 신화 <에우리디체>가 오페라로 공연됩니다. 물론, 듣고 난 반응은 다양했겠습니다만은... 거의 쓰러졌다고 합니다. 안구정화? ㅎㅎ
볼거리라고는 마을 광장에서 마녀 재판을 하거나 공개 처형을 하는 것 정도가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중세에 파장이 컸던 모양입니다. 흑백 TV에서 컬러 TV로의 변화도 획기적인데 3D 입체 게임이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시면 될 듯 합니다. 평민들은 귀족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오페라에 빠집니다. 사람은 오감 중에서 후각이 가장 본능적이라고 하지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 전조를 '냄새를 맡다'라고 하잖아요. 본능적 감각으로 오페라에서 돈냄새를 맡은 이들이 오페라 극장을 짓기 시작합니다. 1637년 베네치아에서 '산 카시아노'라는 극장이 문을 엽니다.
몬테베르디 <오르페오> 중
몬테베르디를 오페라의 개척자라고 해야 할까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를 사용, 대담한 화성과 변화에 넘치는 관현악법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습니다. 오페라에 연극적 요소가 강해지지요. 피렌체가 오페라의 고향인데 이 도시는 수공업자들이나 상공업을 하는 이들이 중심이잖아요. 그 때의 오페라 인기는 지금의 아이돌보다도 심했던 것 같습니다. 물건을 팔고는 집으로 가지 않고 오페라 극장앞에서 새우잠을 자며 연속으로 공연을 보고 돈을 다 탕진하면 도박을 일삼아 '오페라 과부'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답니다. 교황님이 오페라 상영을 금지할 정도루요. 예나 지금이나 '덕후'가 존재하나 봅니다. ㅎㅎ
빠른 걸음으로 바로크 시대가 등장합니다. 1,600년부터 1750년 까지를 말합니다.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는데 바흐의 사망연도가 1750년입니다. 그의 사망으로 바로크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하지요. 여하튼 바로크 시대는 '오페라 세리아 opera seria 진지하고 품격있는'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에 '레치타티보recitativo 음을 붙여 노래하듯 부르는 대사' 와 '아리아aria.노래' 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형식이 자리잡습니다. 또 'A-B-A' 형식의 다카포 아리아가 주를 이룹니다.
'바로크 오페라'의 중심에는 '헨델'이 있습니다. 귀족들이 왕에게 건의하여 1717년 건립한 '왕립 음악 아카데미'에서 헨델은 예술부문을 담당합니다. 그는 정형화된 연기와 과장된 의상, 무대장치로 귀족들의 신분과 품위를 강조하는 앤터테이먼트의 역할을 해 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헨델이 음악가 중엔 정치적 성향이 강한 작곡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50세 이후 오페라에서 성악곡으로 중심이동합니다.
이 시기, 이탈리아 중심으로 '카스트라토'가 육성됩니다. 중세 이후로 교회나 무대에 여자는 세우지 못했습니다. '불완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소프라노의 음역이 필요할 때는 '카스트라토'라는 가수를 썼습니다. 목소리가 청아한 어린 남자아이의 성기를 잘라 변성기를 거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자의 높은 음역대가 가능한 성장한 남자 가수를 만드는 것입니다. 슬픈 카스트라토의 이야기를 담은 <파리넬리>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 <파리넬리> 중에서 "울게 하소서"
이 시기는 루이 14세(1643~1714)의 절대왕정 시기입니다. 북유럽에서는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간의 갈등이 정점에 다다른 시기이지요. 30년 종교전쟁이 1618~1648년입니다. 네델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헬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장애인은 그 시대, 전쟁의 참혹함을 증언하지요. 문학은 세익스피어, 몰리에르, 세르반테스 등이 접수합니다. 얼마 전 제 책장에 30년이 된 낡은 <몰리에르 희곡집>이 있어 새삼스러웠습니다.ㅎ 화가는 제가 좋아하는 카라바조, 늘 풍만한 여체로 절 위로하는 루벤스, 빛의 마술사 렘브란트, 화단의 서정시인 베르메르 등이 있습니다. 오페라에 대한 포스팅이지만 그림을 몇 작품 볼까요.
*반 고흐가 이 <유대인 신부> 앞에서 스탕달 신드롬(작품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숨이 막히는, 감동으로 인한 일시적 정신강박!)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다시 오페라로 돌아와서~
바로크 오페라의 대표 주자로는 영국의 헨델과 이탈리아의 몬테베르디와 비발디, 프랑스의 륄리와 라모 등이 있습니다. 이중 륄리의 오페라 보여 드립니다.
장 밥티스트 륄리 <왕의 춤> 중
루이 14세의 별명이 '태양왕'이었잖아요. 루이14세는 발레를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본인이 직접 발레를 했구요. 그래서 초상화에도 발레슈즈를 신고 있습니다. 오페라 공연시 머리에 후광을 두르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연출을 즐겨 했다고 하지요. ㅎ
오페라 세리아의 시대가 가고 18세기, 오페라 부파(opera buffa. 막간극)의 시대가 옵니다. 정가극에서 훨씬 더 인간적인 주제와 희극적 요소를 가미합니다. 다층으로 설계된 공연장 2층에서 귀족들이 자신의 공간에 초를 100개, 200개 켜 놓고 재력과 신분을 과시합니다. 1층에서는 평민들이 이야기도 하면서 공연도 보는,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의 문화 공간이 만들어 집니다. 오페라는 연극적 요소가 강해지며 바로크의 지나친 기교주의를 벗어나 '음악의 독립성'을 추구합니다.
페르골레시 <마님이 된 하녀> 중
이제 19세기 초반, 롯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희극 오페라이자 가장 즐겨 부르는 아리아이기도 합니다. 이 곡은 원래 '파이지엘로'라는 오페라 작곡가가 만든 장기공연 레퍼토리였습니다. 이를 롯시니가 재해석해 내놓았지요. 파이지엘로가 살아있는 동안, 공연하지 못하다가 사후에 공전의 히트를 칩니다.
롯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나는 마을의 만능 일꾼'
마드리드에서 마음에 쏙 든 여인을 본 알마비바 백작은 그녀를 사귀려고 세비야까지 따라 옵니다. 그녀의 이름은 '로지나'. 하지만 그녀는 그녀와 결혼해 젊음과 재산을 차지하려는 후견인 바르톨로라는 늙은 의사로 인해 집 밖에도 혼자서는 나갈 수 없습니다.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를 연결하는 이발사 '피가로'의 유쾌하고 통쾌한 이야기가 펼쳐 집니다.
이 오페라의 후편에 해당하는 곡이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1786년 5월1일, 빈에서 초연했지요. 모짜르트답게 목관악기가 부드럽게 멜로디를 연주하는 파격을 선보입니다. 또 아리아와 레치타티브를 동일한 비중으로 곡의 흥겨움과 극적 요소의 균형을 잡았습니다.
모짜르트 <피가로의 결혼>중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불고'
이 곡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 듀플레인이 교도소 내 스피커를 통해 들려주는 명장면으로 더 유명해진 곡입니다.
모두 다 들어보셨고 익숙한 곡들일거예요.
"나 저 곡 많이 들었는데!" 하셨지요? ^^
긴 호흡의 글은 집중을 요하지요. 게다가 곡 동영상을 삽입해 이미 너무 길어진 듯 합니다.
16세기에 시작한 오페라가 바로크의 오페라 세리아에 이어 오페라 부파의 시기를 지나옵니다. 18세기 징슈필과 벨칸토 시대, 그 이후에 대해선 다음에 포스팅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저 가볍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고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피곤해서 인지 뒷 부분이 조금 달린 듯 하지만...
남은 주말도 좋은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