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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Jun 15. 2024

176. 향기로운 트랙을 달린 결심 28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런린이 #펀러닝 #나이트런 #향수


    오늘도 달렸다. 초저녁에 지락실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10시. 부랴부랴 트랙으로 향했다. 오늘 낮 기온은 33도. 내일 토요일이기도 해서 원래 10시에 나갈 생각이었다. 진짜다.


    달리기를 두고 유산소 운동이니 무산소 운동이니 하지만 틀렸다. 달리기는 기술 운동이다. 부상을 입지 않고 효율적으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자세로 달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달리기를 하기 전엔 그저 내 약한 심폐 기능이 제일 큰 문제겠거니 했다. 그러나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예쁘고 멋진 자세로 달리는 게 제일 큰 문제다. 


    근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의 폼으로 달린다. 젊고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남 보기야 어떻든 안 아프고 자기 즐거우면 그만인 것이다. 나는 아프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최대한 바른 자세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간혹 힘이 하나도 안들 것 같고, 매우 가볍고, 아름다운 자세로 뛰는 사람들이 있다. 매우 부럽다. 따라서 흉내를 내보지만 금세 아픈 부위가 생긴다.


    트랙엔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 우락부락한 종아리를 뽐내며 트랙을 가른다. 근데 오늘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았다. 난 뛰는 사람 중에 제일 느리고, 걷는 사람 중에선 제일 빠르다. 뛰는 누군가를 따라가진 못한다. 그저 내가 뛰고 있으면 나를 추월해 간다. 근데 청년들이 나를 추월해 갈 때마다 향기가 났다. 샴푸향, 비누향 이런 거 아니고 향수였다. 땀을 많이 흘릴 텐데 향수라니. 의아했다.


    아~ 그렇구나. 트랙은 자신의 좋은 면이 잘 드러나는 공간이로구나. 어떤 만남이 있을지 모르니 대비를 하는 것이구나. 이렇게 느껴졌다. 물론 그냥 기본적인 에티켓으로 집 밖을 나갈 때는 언제나 향수를 뿌리는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덥고 벌레가 덤빌까 싶어 아무것도 안 바르고 나오는 나에 비하면 땀을 흘리러 나오면서도 자신을 준비하는 모습이 사뭇 좋아 보였다. 내가 무심한 것인가? 세대가, 시대가 바뀐 것인가! 


    그런데 말이지 멋진 청년들아! 향수를 조금만 적게 뿌리면 더 매혹적일 것이야. 향은 은은한 게 진짜 섹시하거든. []


* 공감, 댓글, 질문은 항상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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