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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월 12일 목요일)도 달렸다.
오늘은 좀 늦게 나갔다. 밖은 온통 축축했다. 내 몸도 맘도 축축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무기력한 마음이다.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면 몸도 마음도 가라앉는다.
이럴 땐 운동이 최고다. 빠르게 환경을 바꾸고 실행할 수 있는 측면에서 달리기는 압도적이다. 다른 운동은 준비물을 챙기고, 특정 장소로 이동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해야 한다. 그런데 달리기는 그냥 하면 된다.
그냥 하면 된다는 측면에서 홈트도 접근성은 매우 좋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지 않는 단점이 있다. 홈트는 정말 독해야 할 수 있다. 같은 환경에서 하기 힘든 다른 행위를 하는 건 서로 다른 종류의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과 같은 난도를 갖는다.
복장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러닝복이라고 지칭되지 않은 옷도 상관없다. 실제로 면티를 입고 뛰는 사람도 있고, 한 여름에 바람막이를 입고 뛰는 사람도 있다. 나도 그렇지만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뛰는 사람도 있다. 왜 같은 옷을 입고 뛰냐면 그것은 유니폼과도 같은 것이다. 아마 다른 분도 같은 마음이리라.
신발도 거창한 거 필요 없다. 왜냐면 거창한 신발이 필요한 속도, 거리, 시간을 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긴 거리를, 오랜 시간 뛸 사람들은 신발에 투자해도 된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 오히려 느린 속도로, 적당한 거리를, 짧은 시간 뛸 사람에겐 거창한 신발은 독이 된다.
무기력한 공기가 가득한 공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적이다. 그리고 곧바로 심장과 다리를 튕겨 주게 되면 몸은 활력이 돌게 되고, 머리는 축축한 생각을 할 틈이 없어진다. 아주 훌륭한 솔루션이라고 생각된다.
하나-둘-하나-둘 박자를 세다가, 군가를 부르다가, 호흡을 하다가, 뒤에서 가까워져 오는 발소리를 듣다가 하다 보면 그냥 다 잊게 된다. 그러다가 가끔 지고 싶지 않다, 추월당하고 싶지 않다는 맘이 들어서 페이스를 올리면 또 한 번 리셋이 되어 또 다 잊게 된다.
그렇게 무릎 통증을 느끼기 전인 8km를 뛰었다. 원리를 깨달은 이후론 무릎이 아픈 경우는 없어졌다. 9월 내에 10km를 뛸 생각이었는데 벌써 9월 중순, 벌써 추석 연휴다.
연휴는 그냥 스트레스다. 특별한 무엇도 없지만 그냥 스트레스다. 나는 스트레스가 아니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다른 사람을 보는 것도 스트레스다. 추석 생각을 하니까 또 달리고 싶어 진다.
내일부터 주말 내내 비소식이다. 연휴에 비라니 눈치 없는 날씨 같으니라고. 내일은 하루 쉬고, 다음 주엔 드디어 100번째 달리기를 할 수 있을 듯싶다. 추석을 잘 보낸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