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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안 Feb 07. 2021

여러번 안녕을 말하고

이사하는 친구와의 인사

올해 초, 훤이는 놀이터에서 동갑내기 친구 D를 만났다. D는 엄마와 함께 왔는데, 언제나 그 엄마는 또래 친구들을 다 모아다가 몸으로 힘껏 놀아주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즉흥적 멤버들을 모두 흡수하고 모든 놀이를 함께해주었다.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번거로운 일들도 곧 잘 해결하곤 했다. 거의 매일 놀이터에서 만나도, 우리는 서로 호구조사를 하지 않고, 연락처도 묻지 않았으나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름이 되고, D집에 큰 풀장을 샀다고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지만 우린 서로 자주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만날때면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그렇게 8월 15일 이후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확산으로, 놀이터마저 나가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 무렵.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생겨도, 서로 더 부대끼면서 놀수 있는 시기를 만나지 못한 채 보낸 시간이 아쉬워 문자를 보냈다. 올 한해, D와 D엄마를 만나서 참 좋았는데, 서로 더 가까워 질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아쉬웠다고. 이 동네 8년 살아도 연락처를 주고받은 엄마는 거의 없는데, 천천히 서로 친해질 수 있어서 감사한 일이라고. 내년엔 코로나가 물러나서 더 좋은 추억 만들자고. D 엄마도 장문으로 답변이 왔었고, 괜히 찡한 마음과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우린 정말 천천히 스며들듯 친해졌지만, 따로 밥한번 먹어본 적도 없이 일년을 보냈다. 그래서 올해는 꼭 차한잔이라도 해야지 했다. 그런데, D네 집은 갑작스럽게 흑석동으로 이사를 가게되었다는 소식을 어제 아이를 통해 듣게되었다. 당장 내일모레가 이사라고. 그래서 훤이와 함께 글라스데코로 이별 선물을 만들고, D와 D의 엄마에게 각각 편지를 썼다. 훤이도 D의 엄마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었다. 내게는 보여주지 않고 봉투에 넣어 밀봉을 해버려서 무슨 내용인지 알 수는 없다. (D를 만났을 때 말하기로, "(편)하게 (지)내세요 라서 '편지' 야" 라고 말하는 걸로 봐서 편지로 이행시 쓴게 분명함) D의 집 앞에 가서 편지를 전해주는데, 두 아이들의 대화는 슬프지 않았지만 그 대화 속에 어떤 말로 마음을 나눌지 모르겠는 귀여움이 한움큼 들어있었다. 여러 번의 안녕을 말하고 겨우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 헛헛함을  나만 느낀건 아닐거다. 내가 고마웠다는 말을 전했는데, 그건 진짜 많이 진심인데. 잘가요. #이사하는나의친구아들의친구를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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