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안 Feb 03. 2021

어떤 사진은 마지막이 되기도

  오늘 진관사에서 야외촬영이 있었다. 보통 겨울엔 야외스냅을 잘 찍지 않는데, 어쩌다 진관사 근처에서는 겨울에 한번씩 찍게되는 일이 생긴다.오후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소식이 있어서, 날짜를 변경하니 장소를 변경하니 촬영전까지 계속 변동이 있었는데, 그냥 시간만 조금 앞당겨 계획대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촬영 중반 즈음, 어디서 많이 뵙던 분이다 하고 지나가는데 지난 가을 가족사진을 찍었던 손님가족이었다. 그 손님은 양가 대가족 사진과 형제들 아이들 성장기념일 마다 촬영을 왔던지라, 열번쯤 뵌 것 같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알아볼 수 있었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며 어쩐일이냐 여기서 뵈니 신기하다 했다. 손님은 웃는 얼굴로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아버지 49제를 드리러 왔다고 했다. 그말을 하는 그 사람도 듣는 나도 동시에 눈물샘이 터졌다. 지난 가을 아버님이 아프시다고 대가족사진을 찍고, 아버님 독사진을 남겨드렸었는데, 그 사진으로 영정사진을 잘 썼다고. 편안한 표정으로 마지막 사진을 남겨주어 고맙다고 두 자매분이 나를 보며 울며 웃는데, 촬영하다 말고 멈춰선 나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같이 촬영하는 팀에게 슬픈 이야기를 전하기엔 또 죄송하여 눈물을 급히 닦고 지난 손님을 만났다며 다시 촬영을 마무리 하고서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두 자매분과 어머니가 마침 나를 만나러 올라오고 있었다.절 안에 있는 찻집에서 사온 쌍화차를 전해주시면서, 참 좋은 인연이라, 이런날도 이렇게 만난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나는 좀전보다 마음놓고 눈물이 뚝뚝. 하마터면 소리로도 울 뻔했는데 꾹 참았다. 


  지난 가을 아버님 얼굴도 떠오르고, 몇몇 마지막 사진을 남겨드렸던 분들의 얼굴과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카메라를 어깨에서 덜렁덜렁 거리는 채로 뜨거운 쌍화차를 손에 들고서, 쌍화차가 흔들리면서 새어나오는지도 모르고 슬픈 마음으로 걸었다. 추웠는데, 뜨거운 마음이 온몸을 데웠는지 얼굴이 따끔거렸고,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러번 안녕을 말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