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달리 보이리라.
색채도 윤기도 없는 무표정의 건물 사이를 탈출하듯 빠져나와 화려하게 흐드러진 꽃나무나 향기로운 무언가를 마주하면 그 즉시 재촉하던 발걸음이 멈추게 됩니다. 뽀얀 수증기와 함께 떡을 갓 쪄낸 떡집을 우연히 지나치는 순간도 그러합니다. 포근한 향기에 홀린 듯 이끌려 넋 놓고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손에는 떡이 여럿 들려 있지요. 좋아하는 만큼 그 매력도 속속들이 보이는 법. 쉬이 지나칠 수 있는 떡의 면면을 마음을 다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든 이의 정성이 가늠되기만 한 게 아니라 아름답기도 합니다. 단아한 무늬와 고운 색, 빚은 손길이 느껴지는 뒷마무새와 조형미는 오브제로서 떡의 가능성을 대변합니다. 그리하여 구부리거나 비틀거나 쌓아 떡의 빼어난 멋을 탐구했습니다. 그림 같은 맵시에 입이 떡 벌어졌다면, 찰떡같이 예술적 영감이 된 떡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주길!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것처럼, 떡을 얹고 소원을 되뇌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백일상에 올려 건강을 염원하는 백설기, 공기가 들어가 불룩해서 이름 붙여진 바람떡, 합격을 기원하며 나누는 찹쌀떡처럼 모양과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쌓는 행위를 통해 떡은 희망의 오브제로 변모합니다.
은은한 향으로 봄의 참맛을 기분 좋게 전하는 쑥은 절편으로 즐기기 좋습니다. 떡살의 직선 무늬가 아로새겨진 절편은 기왓장처럼 부드러운 선을 품고 있는데요. 잔잔한 물결 같은 미감이 쑥 냄새와 찰기에 반해 흥얼거리는 콧노래처럼 한 입 물기도 전에 기분을 절로 들뜨게 만드네요.
가래떡은 우리가 평생 동안 가장 많이 먹는 떡이 아닐까 싶어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떡볶이부터 특별하게 즐기는 설날 떡국까지, 이처럼 다양하게 쓰이는 만큼 생김새도 변화무쌍합니다. 길쭉한 모양에는 장수의 의미가 깃들어 있고요. 가래떡의 자태로부터 유연함의 미덕을 떠올립니다.
술떡을 만들 땐 약간의 막걸리가 들어갑니다. 덕분에 다른 떡에 비해 쉽게 상하지 않고, 산뜻한 맛과 식감은 늘 부담이 없죠. 발효로 인해 표면에 난 공기 구멍은 스펀지를 연상케 합니다. 모양새와 가볍고도 고소한 맛의 장난스러운 균형. 술떡의 고유한 특성을 블록 쌓기와 모빌에 빗대어 한 폭의 정물화로 담았습니다.
Editor 안명온
Food Stylist 조선아
Photographer 김병준
Visual Director 이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