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에스트로겐녀로 사는 법

아 그럴 수 있겠다

by 이연주






아침 7시 30분, 알람이 울리기 5분 전 눈이 먼저 떠진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부드럽다. 침대 머리맡에 올려둔 유리컵의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스트레칭을 한다. 요가 매트를 펼쳐 5분 정도 호흡을 가다듬으면,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이 조금은 생긴다. 30대 초반, 이제는 몸과 마음을 챙기지 않으면 금세 피로가 쌓인다는 걸 안다.


샤워를 하고, 스킨케어를 차근차근 바른다. 나에게 스킨케어는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 ‘기분 전환’이다. 세럼을 바를 때면 오늘도 내 피부는 빛난다고, 내 인생도 오늘은 조금 더 빛날 거라고 최면을 건다. 헤어를 정리하고, 얇은 CC크림을 바르고 립밤을 바르면 거울 속 표정도 밝아진다.


출근길엔 커피 대신 루이보스 티를 마신다. 빈속에 카페인을 넣으면 속이 쓰린 걸 이제야 깨달았다. 회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책상 위에 작은 가습기 물을 채우는 것. 에어컨 바람에 건조해지는 피부를 위해서다. 20대 땐 상상도 못 했던 디테일한 자기 관리지만, 이상하게 이런 루틴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오전 10시, 팀 미팅이 시작된다. 나는 회사에서 ‘섬세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회의 중엔 한두 마디지만 정확한 포인트를 짚고, 필요할 땐 팀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주는 농담도 던진다. 30대 초반의 나에게 중요한 건 ‘보여주기식 열심’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퍼포먼스’다. 업무를 다 끝내고도 오후 6시 퇴근 벨이 울릴 때 남아 있는 에너지를 아끼고 싶다.


점심시간이 되면 동료들과 맛집을 찾아 나선다. 오늘은 회사 근처 샐러드 바에서 연어 샐러드와 단호박 스프를 시킨다. 소소한 행복은 이런 데 있다. 바쁜 회사 생활 중에도 내 몸에 좋은 걸 먹이고 있다는 만족감. 가끔은 디저트 카페에 들러 카페라떼에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시키며 스스로에게 상도 준다.


오후 업무는 조금 늘어진다. 그럴 땐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플레이리스트를 튼다. 재즈, 시티팝, 그리고 요즘 빠진 뉴진스 노래까지. 음악은 나에게 작은 브런치 같은 존재다. 바쁜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추게 해주니까.


퇴근길에는 크로스핏박스로 향한다. 주 2회, 내 몸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약속이다. 땀이 살짝 맺힐 때마다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가볍게 저녁을 차린다. 닭가슴살 스테이크에 아보카도, 방울토마토를 곁들여 먹는다. 요리를 하는 건 번거롭지만, 나를 위한 식탁을 차린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샤워 후에는 좋아하는 향초를 켠다. 내 방이 부드러운 라벤더 향으로 가득 찰 때, 하루의 긴장이 풀린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본다. 친구들과의 카톡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때로는 연애 고민도 살짝 공유한다. 아직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30대 초반의 나는 여전히 설레고 싶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여자다.


밤 11시, 내일 입을 옷을 미리 걸어둔다. 이런 작은 준비가 내일 아침의 여유를 만든다. 침대에 눕기 전, 감사 일기를 한 줄 쓴다. ‘오늘도 수고했어.’ 이렇게 스스로에게 속삭이면, 내일도 잘 살아갈 힘이 생긴다.


30대 초반, 직장인으로 사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하루의 작은 루틴들이 모여 내 삶을 만든다는 걸.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를 조금씩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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