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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읽고

조승리작가의 인생에세이

by 마부자

작가 소개

조승리

“원고를 쓰기 시작한 것은 내가 쓴 글을 낭독하다 울컥 눈물을 쏟은 한 사람을 위해서였습니다. 어느새 나는 신이 나 스스로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글은 결국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쓴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 놀랐습니다. 이 책은 내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시간의 점들을 모아 쓴 과거와 현재의 기록입니다.”


86년 아시안게임을 시청하다 나를 낳은 엄마는 내 이름을 ‘승리’라 지었다. 열다섯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어 이제는 눈앞이 어둠으로 가득하지만, 엄마가 지어준 이름 덕분에 나는 대한민국의 승리로서 신나는 일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 다닌다.




책 선택 이유

매일의 일기를 많은 분들에게 공유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과연 글을 잘 쓰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입니다. 100% 주관적인 나만의 일상에 대해 읽는 분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그 일기쓰기에 가장 가까운 책의 분야는 바로 에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잘 선택하지 않는 책의 종류도 사실 에세이라는 것입니다.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에세이를 많이 읽지 못한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던 중 이웃블로거 ‘여르미 도서관’ 님의 추천 포스팅에서 본 한권의 에세이 제목에 끌렸습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마치 인생의 부조리함과 고난을 유쾌하게 넘겨보자는 외침 같았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을 겪지만, 그 모든 것들을 모아 축제로 만들 수 있을까?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 책이 시각장애를 가진 작가님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삶을 담은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일 거라는 편견을 갖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삶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내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 놓고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첫장을 넘겼습니다.




줄거리&요약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시각장애를 가진 저자가 삶 속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에세이입니다. 작가님은 15세 무렵 시력을 점차 잃기 시작했고, 결국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절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오히려 삶을 하나의 ‘축제’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 책은 장애를 가진 삶의 현실과 사회적 편견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저자의 태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작가는 시력을 잃은 후 겪은 불편함,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 그리고 세상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좌절하기보다는, 장애와 편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 나갑니다.


책에서는 시각장애인으로서 겪은 다양한 일화들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난 이야기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를 단순한 어려움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갑니다. 또한, 사회 속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느낀 불편함과 차별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 또한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불행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작가님의 독특한 철학입니다. 장애를 이유로 자신을 동정하거나 안타까워하는 시선을 거부하며, 오히려 자신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 또한 이러한 도전의 일환이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며,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작가님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결국,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단순한 장애 극복기가 아닙니다. 우리 삶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지랄맞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나만의 축제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각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려움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상 깊은 구절

보이지 않아도 보고 싶은 욕망은 있다.

들리지 않아도 듣고 싶은 소망이 있다.

걸을 수 없어도 뛰고 싶은 마음은 들 수 있다.

모든 이들은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 49 page




나의 생각&서평

86아시안게임을 시청하다가 태어난 아이, 그래서 이름이 ‘승리’가 된 작가인 그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5세 이후 점차 시력을 잃어, 지금은 완전히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이 보여주려는 것은 단순히 시각장애를 가진 작가의 삶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그저 ‘배경’일 뿐,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자신도 모르게 새겨져 있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렌즈를 벗어던지고, 조승리라는 ‘한 사람’의 목소리에 집중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첫걸음일 것 같았습니다.


책 속에는 가슴 아픈 순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은 단순히 작가님이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가족, 특히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심적, 내적 고통은 독자들을 더 깊숙이 가슴을 저미게 하는 부분입니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곧 앞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해야 했던 딸.

그리고 개구쟁이였던 딸이 갑자기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말을 들어야 했던 어머니.


과연 누구의 아픔이 더 컸을까요? 이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고, 상상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어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담대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담담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책의 초반을 지나면서 예상과 달리 슬픔보다는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이 훨씬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와의 대화는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기막힐 정도로 솔직합니다. 작가님은 특유의 위트 넘치는 필체로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내는데, 덕분에 독자는 울다가도 어느새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조승리 작가는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서 슬픔을 과장하거나 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이 점이야말로, 이 책이 단순한 ‘장애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좌절하고, 너무 쉽게 체념하며, 너무 쉽게 포기합니다. 어쩌면 도전할 의지조차 없는 우리에게, 작가의 이야기는 하나의 거울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불편함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는 것 아닐까요?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도, 아마 그런 것이었을 겁니다.

"당신은 당신의 불편함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나요?"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라는 제목은 어쩌면 우리가 매일 습관처럼 내뱉는 말과도 같습니다.


"이게 다 지나가면 좀 나아지겠지."

"언젠간 끝나겠지."

"좋은 날이 오려나?"


하지만 이 책은 그저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조승리 작가는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우리에게 말합니다.


“여러분, 힘내세요!

이 지랄맞음을 쌓아 놓고, 그 위에 불을 지르며,

그 추억의 볏짚으로 멋진 불꽃놀이를 하면서 축제를 즐깁시다.”


결국, 삶은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만의 축제를 만들어가는 것. 그녀의 메시지는 강렬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따뜻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지랄맞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그것을 불태우며 찬란한 불꽃놀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저도 이 지릴맞음을 즐기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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