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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를 읽고

by 마부자

작가 소개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

존 에드워드 윌리엄스는 1922년 8월 29일, 텍사스 주 클락스빌에서 태어났으며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 공군 소속으로 중국, 버마, 인도에서 복무했다. 윌리엄스는 덴버 대학교에서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미주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54년에 덴버 대학교로 돌아와 30년 동안 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오로지 밤뿐 Nothing But the Night>(1948), <도살자의 건널목 Butcher's Crossing>(1960),<스토너 Stoner>(1965),<아우구스투스 Augustus>(1972) 총 네 편의 소설과 두 권의 시집을 발표했으며, 영국 르네상스 시대 시선집을 편집했다. <아우구스투스>로는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1994년 아칸소 주 페이예트빌에서 세상을 떠났다.



책 선택 이유

최근 많은 분들의 추천을 통해 알게 된 책입니다. 읽기전에 작성된 서평 또는 서점의 글을 보니 한 남자의 인생이야기를 담은 울림이 큰 책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잘 살아온 것일까? 그리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50년 삶이 라는 여정을 꿋꿋히 버티듯 살아왔는데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나온 내 삶에 후회는 없지만 남은 인생을 후회없이 살기위해 꼭 필요한 것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 남자의 인생여정을 함께 하며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고 있는 지금 이순간 내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에 주저없이 선책하고 오늘 그 첫장을 넘깁니다.



줄거리&요약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인생 여정을 그린 에세이 형식의 장편소설입니다. 주인공 스토너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삶의 여정을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면 삶을 살아왔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그래서 스토너의 삶을 크게 여섯단계로 부분하여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일부 책의 스포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한 남자의 인생여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스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어 소신껏 작성하였습니다.


1. 출발 – 가난한 농가에서 학자로의 길로

윌리엄 스토너는 미국 미주리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기대에 따라 미주리 대학 농학과에 진학합니다. 하지만 문학 수업에서 셰익스피어를 접한 후 깊은 감동을 받고, 농업이 아닌 문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의 선택은 부모를 실망시켰지만, 그는 대학에 남아 교수의 길을 걷습니다. 학문에 대한 사랑과 지적 탐구의 기쁨은 그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만, 동시에 그는 외로운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2. 운명 – 멘토이자 학문의 길로 이끈 운명의 만남

스토너가 농학에서 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한 결정적인 인물은 스승 아처 슬론입니다. 그는 셰익스피어 수업에서 스토너가 깊이 감동받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문학의 길을 제안합니다. 슬론은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엄격한 학자로, 학문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스토너에게 가르칩니다. 그가 보여준 학자로서의 신념과 품격은 스토너가 평생 지켜야 할 가치관이 됩니다. 하지만 대학의 정치적 변화 속에서 슬론은 점점 밀려나고 그는 조용히 떠났지만, 스토너에게 학문과 진실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친 스승으로 남아 있습니다.


3. 결혼 – 사랑 없는 관계와 가정에서의 소외

대학 시절 이디스를 만나 결혼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처음부터 삐걱됩니다. 이디스는 감정적으로 냉담하고 스토너를 멀리하며, 두 사람은 진정한 부부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딸 그레이스가 태어나면서 그는 가정에서 작은 위안을 찾지만, 이디스는 딸마저도 아버지와 멀어지게 만듭니다. 그는 가정에서조차 소외감과 고독을 느끼며 점점 무기력한 일상을 지내게 됩니다.


4. 직장 – 대학에서의 삶과 학문적 고독

스토너는 교수로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연구와 강의에 임하지만, 대학 내 정치적 싸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특히 학부생인 워커의 일로 인해 상관인 로맥스와의 갈등으로 그의 학자로서의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는 진실과 학문을 지키려 하지만, 결국 권력 싸움에서 밀려나 고립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향한 열정을 잃지 않고 묵묵히 강의를 이어갑니다.


5. 사랑 – 캐서린과의 짧고 강렬한 로맨스

문학을 사랑하는 젊은 연구자 캐서린 드리스콜을 만나면서, 스토너는 처음으로 삶에서 진정한 기쁨과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녀와의 관계는 정신적, 육체적 교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그는 오랜 외로움 끝에 행복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대학 내 정치적 압박과 사회적 시선 속에서 끝내 허락되지 않습니다. 결국 캐서린은 대학을 떠나고, 스토너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6. 죽음 – 고요한 마지막과 그가 남긴 것

말년에 스토너는 병에 걸려 점점 쇠약해집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사랑도 있었고 고통도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이 조용히 흘러갔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 그는 책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스토너는 세상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문학을 사랑했던 조용한 삶을 마감합니다.


스토너의 삶은 평범하지만, 그 안에는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한 인간의 고독한 싸움이 담겨 있습니다. 특별한 영웅도, 극적인 반전도 없는 그의 인생은 오히려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인상 깊은 구절

자신이 책에 적은 내용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

인간으로서 그가 지닌 어리석음이나 약점이나 무능력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예술의 위엄을 얻은 사람.

그가 이런 깨달음을 입으로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것의 존재를 누구나 알아볼 수 있었다.

- 160 page



나의 생각&서평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윌리엄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평범한 일생을 담은 이야기라니, 그다지 흥미를 끌 요소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 책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확 재미있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빠져나올 수 없어서 계속 읽게 되는 책.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왜 이렇게 주목받는 걸까?’ 싶다가도, 책장을 넘길수록 스토너의 삶이 조용히 마음속에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남자의 삶을 기록한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 우리는 모두 불같이 뜨거운 신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을 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타협하게 됩니다.


가족과 사회의 기준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삶을 온전히 내 뜻대로 살아간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온 것은 아닐까?


스토너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까지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스토너는 특별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세상을 바꾸지 않았고, 커다란 업적을 남기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문학을 사랑했고, 비록 짧았지만 진정한 사랑을 경험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갔습니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왜 그는 더 강하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왜 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늘 특별한 것을 좇지만, 사실 대부분의 삶은 스토너처럼 흘러갑니다. 그저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이 책이 가진 묘한 매력은 그 진실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스토너는 죽음 앞에서 생각합니다. "넌 무엇을 기대했니?"


어쩌면 이 질문은 스토너 자신과 우리 독자들에게 동시에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젊은 시절, 그는 문학을 발견하며 새로운 삶을 꿈꿨습니다. 현실은 달랐습니다. 직장에서는 점점 고립되었고, 삶의 일부였던 학문도 온전히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랑을 기대했지만, 그가 선택한 결혼은 냉담하고 단절된 관계로 이어졌고, 결국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도 외로움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딸마저도 자신과 멀어져 갔을 때, 그는 가정에서도 이방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비록 불륜이었지만, 그에게 처음으로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었던 사랑은 사회적 시선과 현실 속에서 끝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사랑을 포기해야 했고, 다시 혼자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이 꿈꾸던 삶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 자신에게 묻습니다.


어쩌면 이 질문은 한편으로는 체념의 목소리처럼 들립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에서 기대를 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했던 것들이 얼마나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스토너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마주한 것이 아닐까요?


한번 읽으면 끝까지 읽을 때까지 빠져 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 책이었습니다.


스토너가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삶을 살다 마지막을 맞이 하듯, 저도 그와 같은 제 삶의 길을 걸어가기로 다짐하며 마지막 책장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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