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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걸고 답하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by 마부자

작가 소개

김준태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같은 대학교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로 있다. 〈이코노미스트〉와 〈경기일보〉의 필진으로 활동했으며,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K-MOOC’, 현대경제연구원 ‘CreativeTV’, 전통문화연구회 ‘사이버서원’ 등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왕의 경영> <탁월한 조정자들> <다시는 신을 부르지 마옵소서> <마흔, 역사와 만날 시간> <왕의 공부> <조선의 위기 대응 노트> <조선의 부자들> 등이 있다.


흘러간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쉬운 역사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를 탐색하며, 시대가 변해도 인간과 인간사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글을 쓰고 있다.



책 선택 이유

이 책은 출판사에서 서평 제안을 받고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서평을 부탁받던 순간, 저는 스스로의 독서 편력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소 독서를 즐겨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돌아보니 한국사나 역사 분야에는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저의 좁은 독서 세계를 깨고, 역사라는 새로운 분야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강렬하게 와닿았던 건 바로 '소통'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왕과 신하 사이의 절박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소통이라는 주제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비난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 소통 대신 불통을 선택하고 대립을 통해 분열을 키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이 무겁기만 했던 요즘이었기에, 더욱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이 혼란스러운 지금 우리 사회에 작지만 깊은 통찰과 지혜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렇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며, 제가 아직 만나지 못한 역사 속 지혜와 소통의 본질을 배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줄거리&요약

김준태작가의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걸고 답하다.>는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에서 최종 장원을 가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임금이 직접 출제했던 문제(책문)에 대한 응시자들의 답변(대책)을 담은 내용입니다. 조선시대 태종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통치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와 국정에 대한 고민을 새로 등용될 관리들에게 시험의 형식을 빌어 이루어진 일종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입다.


총 18장으로 구성된 책은 태종, 세종, 연산군,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 인조, 숙종, 정조, 철종 10명의 리더들이 조직운영 및 성장, 인재 발굴에 관한 고민이 담긴 질문을 했고, 리더를 보필하는 등용인재들은 조직의 일원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간언하며 대답을 한 진심어린 소통의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태종에게 변계량은 중도를 지킬 것을 강조했고, 연산군에게 이목은 인재를 기르는 것이 인재를 뽑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중종에게 권벌은 초심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마음을 놓지 않을 것을 권했고, 숙종에게 권이진은 형식적인 정책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정책을 펼치라 직언했습니다. 또한 정조에게 정약용은 잦은 관리 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직책의 전문성을 높일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책은 우리 역사에 기록된 증거를 기반으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왕과 신화의 대화를 통해 조선이 600년이란 긴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나라를 유지했는가를 보여줍니다. 오늘 우리시대에도 유효한 소통과 리더쉽의 지혜를 전하는 작품입니다.



인상 깊은 구절

인재가 끊임없이 배출되어 집집마다 가득하면,

전하께서 인재를 선발하시는 건 마치 부유한 집에서

물건을 취하는 것과 같아 마음대로 되지 아니함이 없을 것입니다.

어찌 인재가 부족하다는게 근심거리가 되겠습니까?


전하께서 인재를 얻는 걸 물으셨는데

신이 인재를 기르는 것으로 구구하게 대답한 건 이 때문입니다.


연산군이 묻고 이목이 답하다. - 61 page



나의 생각&서평

김준태작가의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걸고 답하다>는 ‘책문’과 ‘대책’이라는 독특한 역사 용어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왕과 신하의 깊은 소통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 저는 이 단어가 무엇인지조차 몰랐습니다. 조선의 역사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저에게 이 책은 부끄러움을 일깨워주며 진정한 배움을 선물했습니다.

왕이 직접 과거시험에서 낸 문제를 ‘책문’이라 하고, 이에 선비들이 자신의 철학과 현실적 고민을 담아 쓴 답안을 ‘대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저 시험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걸고 이루어지는 진지한 소통이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보던, 창호지를 펼치고 글을 쓰는 시험장면만 떠올린 스스로의 얕은 인식에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책문과 대책을 통해, 왕이 국가적 위기 앞에서 얼마나 절박하게 질문했는지, 그리고 선비들이 목숨을 걸고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답변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왕의 책문에 신하들이 내놓은 답안이 왕에게 아첨하거나 눈치 보는 글이 아니라 철학적 성찰과 현실적 고민을 품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제시한 해법은 지금의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전반에도 놀랍도록 적용 가능한 현실적이면서도 명쾌한 지혜였습니다.

태종에게 변계량이 강조한 '중도', 연산군에게 이목이 제안한 인재 육성, 중종에게 권벌이 당부한 초심의 유지, 정조에게 정약용이 지적한 잦은 인사교체의 폐해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여러 문제들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해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제가 더욱 깊게 공감한 부분은, 왕과 신하 사이에 이루어진 '소통'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소통의 부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갈라져버린 이념과 갈등하는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 대립만을 선택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에서 과연 지금 이 시대에 책 속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할까라는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조선시대 왕과 신하의 대화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살리는 소통이었습니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말이 아니라, 서로가 협력하며 나라를 지키기 위한 진심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 바로 이런 소통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을 걸고 답했던 그 질문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던져지고 있다는 생각에, 저는 이 책이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현실적인 교훈을 담은 지혜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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