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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사랑에 대한 의미

by 마부자

작가 소개

프랑수아즈 사강

본명 프랑수아즈 쿠아레. 1935년에 프랑스 카자르크에서 태어났다. 1951년 가족과 함께 파리로 이주하여 소르본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작품 속 등장인물인 '사강'을 자신의 필명으로 삼았다.


1954년 열아홉 살에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해 프랑스 문단에 커다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해 비평가상을 받았다. <어떤 미소>, <한 달 후, 일 년 후>에 이어 1959년에 발표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낸 동시에, 극히 사강다운 독특한 스타일을 다시 한번 정립했다.


두 번에 걸친 결혼과 이혼, 알코올과 마약, 도박 중독 등 굴곡 많은 생애를 보내면서도 <신기한 구름>, <행복이 나>, <마음의 파수꾼>, <찬물 속 한 줄기 햇살>, <흐트러진 침대>, <평계> 등의 소설을 비롯하여 자서전,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2004년 심장과 폐 질환으로 사망했다.



책 선택 이유

고전을 통해 지나간 시간 속, 누군가의 깊은 감정과 고민을 조용히 느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권 고전 읽기’라는 나만의 약속울 지켜가고 있습니다.


오늘 수많은 고전 중 이 책을 택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다음에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 문득 책꽂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꽤 많은 책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정작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랑에 무심했나 싶었습니다...

그 기억과 함께, 한편으론 또 한 번의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내 독서 편력 속에서 사랑을 너무 멀리 둔 채 살아온 게 아닐까.


그래서 이번엔 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을 택했고 오늘 그 첫장을 넘깁니다.



줄거리&요약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파리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39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오랜 연인인 ‘로제’와 복잡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로제는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며 폴과의 관계에 깊은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종종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며 폴에게 권태를 주는 인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고객의 아들이자 25세의 젊은 남성인 ‘시몽’을 만나게 됩니다. 시몽은 단번에 폴에게 매혹되고, 그녀에게 강렬하고도 진지한 감정을 드러냅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거리를 두려 했던 폴 역시 시몽의 순수함과 열정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는 폴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며,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사랑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폴은 시몽과의 사랑이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점점 깨닫게 됩니다. 그들의 나이 차, 삶의 속도, 사랑의 무게는 점차 폴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시몽 역시 이상만으로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여기에 여전히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는 로제의 그림자 또한 존재합니다.


소설 속에는 로제의 또 다른 연애 상대인 ‘메지’도 등장합니다. 젊고 가벼운 매력을 지닌 그녀는 로제에게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그녀의 존재는 폴의 감정에 또 하나의 균열을 만듭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결말은 마지막 작품해설에서 옮긴이의 말처럼 "머릿속에 빨간 불이 켜지는 각성의 엔딩"으로 마무리 됩니다. 단순한 삼각관계 이야기가 아니라, 나이, 외로움, 자존감, 그리고 ‘사랑의 정의’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지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말하는 서로 다른 방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폴, 로제, 시몽, 메지 이 네명은 모두 사랑을 원합니다. 누군가는 익숙한 사랑에 안주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사랑에 설레며, 또 누군가는 사랑의 의미를 끝없이 되묻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네 인물을 따라가며, 각기 다른 사랑의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지 하나의 로맨스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언젠가 겪어봤을 감정의 조각들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여기서 잠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기 전에는 저는 클래식과는 친하지 않아 이 책을 선택하고 브람스가 누구지? 하는 궁금증이 제일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신 분들을 위해 브람스에 대해 공부하고 책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독일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지휘자로,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가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음악은 고전주의의 엄격한 형식미와 낭만주의의 감성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깊이 있는 감정과 구조적 완성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브람스는 다양한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다음과 같은 곡들이 있습니다


교향곡 1번 다단조, 작품 번호 68: 브람스가 14년에 걸쳐 완성한 이 교향곡은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으며,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번호 77: 브람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기술적 난이도와 음악적 깊이를 겸비한 걸작입니다.

헝가리 무곡집: 헝가리 집시 음악의 영향을 받아 작곡된 이 곡들은 활기차고 리듬감 있는 선율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독일 레퀴엠, 작품 번호 45: 브람스의 종교적 작품 중 하나로, 인간의 고뇌와 위안을 담아낸 합창곡입니다.


브람스의 음악은 오늘날에도 자주 연주되며,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고전적인 형식미와 낭만적인 감성이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자료 제공: 챗GPT>



인상 깊은 구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6장 - 60 page



나의 생각&서평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시몽이라는 젊은 청년의 불꽃같은 사랑과 그 감정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여인 폴, 그리고 자신의 여인을 빼앗기고 싶지도 않지만 소유하고 싶지도 않은 로제, 이 세 사람의 러브스토리로 이루어진 듯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 그리고 인간이 사랑 앞에서 마주하게 되는 내면의 불안과 선택의 심리가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그 대답이 얼마나 사람마다, 사랑마다 다를 수 있는지를 네 명의 인물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아주 조용하고 잔잔하게 흐르지만, 인물들의 내면에서는 끝없이 사랑을 말하는 방식에 대한 갈등이 일어납니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사랑’이라는 하나의 감정이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표현되고,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그 사랑이 서로에게 닿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네 인물은 모두 사랑을 느끼고 있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충돌하면서 오해와 상처를 만들어 냅니다.

폴은 조용하고 절제된 사랑을 믿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사랑을 계산하며 감정을 다잡습니다. 사랑은 자존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몽은 반대로 즉흥적이고 전면적인 사랑을 합니다. 그는 "사랑하니까" 그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로제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자유를 지키려는 그의 방식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기대'와 '의존'에 가깝습니다.

메지는 겉보기에 가볍지만, 감정을 숨기고 조절하는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마음속 진심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상처를 피해가려 합니다.


이렇게 사랑의 언어와 방식이 모두 다르기에,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누군가는 열정에 감동하지만, 누군가는 그 열정에 두려움을 느끼고, 누군가는 기다리지만, 누군가는 그 기다림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실제로 사랑을 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사랑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라는 내면의 충돌을 겪게 됩니다.


사랑 그 자체보다, 사랑을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그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뚜렷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사랑이란 누구에게나 다르고,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줄 뿐입니다. 특히 책의 맨 마지막 한 문장을 읽으며 입가에 헛웃음이 들 정도로 허무하면서도 머릿속을 울리는 엔딩이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 중에는 이기심도 있었고, 외로움도 있었으며, 자존심과 체념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고전을 다시 읽는 재미를 알게 된 요즘 지금 이 나이에 고전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문학을 다시 접하는 일이 아니라 인생의 감정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복원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다시 사랑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내게 아직은 남아있다는 작은 희망과 내 안에 아직 작은 빨간 하트가 숨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 장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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