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를 읽고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가?"

by 마부자

작가 소개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년 5월 7일 프랑스 노장르로트루에서 지방 관료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따라 투르에 정착하고 그곳에서 학교에 다녔다는 사실 외에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 1860년부터 파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1866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의학 주제를 다룬 글과 논문을 썼고 졸업 후에는 파리에 남아 영어와 독일어를 독학했다. 1870년 보불전쟁이 발발하자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이때 인간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글로 남겼다. 1871년에 파리 코뮌을 목격한 뒤 세계관에 큰 변화를 겪은 그는 이후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면서 인류학과 고고학에 관한 책을 저술했다.


18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관심은 사회심리학으로 옮겨갔다. 1894년에는 집단의 특성을 바탕으로 민족의 발달 과정을 분석한 <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을 발표했고 1895년에는 대표작 <군중심리>를 출간했다. 순전히 관찰만으로 군중의 심리와 행동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한 이 책은 출간 1년 만에 19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사회심리학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한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자연과학 연구도 활달하게 진행해서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롯이 심리학 연구에 전념하다가 1931년 12월 13일 마른라코케트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 신문 기자는 그의 부고를 알리며 이렇게 추모했다. “그의 죽음으로 과학과 철학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책 선택 이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최근 여르미 작가의 인문학 필독서 50에서 인상 깊었던 두 권의 책 중 하나였습니다.


책의 소개와 대략적인 내용만으로도 너무나 강렬하고 저자의 통찰이 깊게 다가온 책이었기에 서평과 핵심 내용만 접하는 것 보다 직접 읽으며 제대로 내 생각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특히 <군중심리>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읽어야 할 첫 번째 인문학 책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와 구조가 책의 주제와 깊이 맞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이념이나 성향을 배제하고 오롯이 인간 내면과 사회 심리에 집중하고자 노력해온 나로서는 지금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내면의 혼란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라도 이 책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줄거리&요약

군중심리_군중의 마음을 얻기 위한 리더들의 필.. : 네이버블로그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은 군중 속에 있을 때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심리와 사회학적으로 설명한 고전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개인이 모여 군중이 되면 개인으로 존재하는 때처럼 이성적으로 추론하지 못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 최초의 인간 심리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책은 개인적인 신념을 가진 인간들이 다수가 되었을 때 인간의 순수 이성을 잃어가는 과정과 그 이유를 명확히 분석하고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인간이 같은 사고를 같게 되면 자신이 아닌 타인의 힘에 기대여 익명성이라는 그림자에 숨어 정체성을 잃고 판단력을 상실하는 야만인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군중의 심리 구조, 여론과 신념의 형성 방식 그리고 다양한 군중의 유형을 분석합니다.

1부 군중의 정신구조

개인이 군중 속에 들어가는 순간 이성을 잃고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로 변모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군중은 익명성으로 인해 책임감이 사라지고 집단 무의식의 지배를 받아 쉽게 흥분하고 선동됩니다. 이성보다 감정과 상상이 지배하며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일삼는 특징이 나타납니다. 저자는 군중 속에서 개인의 지능은 낮아지고, 본능적이며 원시적인 심리가 부각된다고 분석합니다.

2부 군중의 의견과 심념

군중이 어떻게 여론을 형성하고 신념을 갖게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저자는 반복, 암시, 감정적 언어, 단순한 이미지의 활용을 통해 군중이 설득되고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지도자는 강한 확신과 카리스마로 군중을 이끌며 군중은 지도자의 확신을 곧 진리로 받아들입니다. 민족성, 전통, 교육 같은 요인도 군중 심리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며 군중은 본질적으로 상징과 신화를 통해 사고한다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3부 군중의 분류와 다양한 종류

군중을 유형별로 분류하며 다양한 사회 집단이 군중심리를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분석합니다. 범죄자 군중, 배심원, 유권자, 의회 구성원 등의 집단이 등장하며 각각의 경우에서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암시적 반응이 우세하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의회나 유권자처럼 '합리적'으로 보이는 집단도 실제로는 집단적 감정과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하며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도 군중심리의 힘은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총 3부의 책을 구성상의 편의를 위해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 군중의 사상, 추론, 상상력 / 군중의 의견과 신념 / 군중의 지도자 / 군중의 분류 (1),(2) / 6개의 단락으로 구분을 해보았습니다.

다만, 지금으로 부터 약 130년전의 시대적 상황에서 작성된 이론이라 다소 여성과 인종 차별적인 요소를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100여년 동안 변화되어온 시대의 흐름을 제외하고 읽는 다면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지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시점으로 책을 바라본다면 저자는 분명 시대를 앞서간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여기서 잠깐!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는 프랑스 혁명과 보불전쟁이라는 두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군중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한 고전입니다. 이 두 사건은 저자의 이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듯 책 속에 두 역사적 사건의 사례와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래서 잠시 두 사건에 대한 역사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 혁명 (1789–1799)

프랑스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든 격동의 사건입니다. 혁명의 배경은 단순히 정치적 억압이나 경제적 궁핍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절대왕정 아래 신분에 따라 권리와 의무가 달랐던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 부르주아 계급의 성장과 계몽주의 사상의 확산, 심화된 빈부 격차 그리고 미국 독립전쟁 지원으로 인한 재정 파탄이 겹치며 민중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1789년 7월, 바스티유 감옥 습격을 기점으로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혁명은 본격화되었습니다.

이후 왕권은 약화되고 인권 선언이 발표되며, 왕정 폐지와 공화정 수립이라는 전환점을 맞습니다. 그러나 혁명은 단순한 이상 실현의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로베스피에르가 주도한 공포정치, 반혁명 세력과의 갈등, 국민 간의 분열 등 복잡하고 피비린내 나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군중의 이름으로 자행된 과격한 폭력과 비이성적인 열광은 이후 군중심리 이론에 중요한 사례로 인용됩니다. 프랑스 혁명은 결국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마무리됩니다.<출처: 위키 백과>

보불전쟁(1870~1871)

프로이센(독일 제국의 전신)과 프랑스 제2제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으로, 유럽의 지정학적 판도를 뒤바꾼 중대한 사건입니다. 빌헬름 1세와 비스마르크의 주도로 독일 통일을 가속화하던 프로이센은 프랑스와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격화시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프랑스는 국민적 자존심과 왕정 유지의 명분 아래 나폴레옹 3세가 이끄는 제2제국 체제로 참전했지만 전쟁은 프랑스의 참담한 패배로 귀결됩니다. 특히 세당 전투에서 나폴레옹 3세가 생포되면서 제2제국은 붕괴하고 프랑스는 제3공화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후 파리 코뮌 등 민중 봉기가 이어졌고` 전쟁 패배로 인한 사회적 충격과 수치심, 분노는 프랑스 민중의 심리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출처: 위키백과>



인상 깊은 구절


예컨대 입법자가 새로 세금을 부과하려고 할 때

이론적으로 가장 공정한 세법을 선택해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가장 부당한 세법이

군중에게는 최선 일 수 있기 떄문이다.


서론 군중의 시대 중에서 - 24 page



나의 생각&서평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는 단순히 인간이 군중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서술한 심리학 이론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한 개인이 다수와 함께 있을 때, 어떻게 전혀 다른 존재로 변모하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이자 정치와 사회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130년 전 프랑스에서 쓰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비추는 듯한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군중'이 단순한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군중을 "의식을 잃고 무의식에 지배당하는 존재", 즉 감정에 쉽게 휩쓸리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는 집단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군중이 얼마나 쉽게 선동되고 조작되는지를 경고합니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사회 혼란기를 배경으로 쓰였지만 21세기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생생한 경고를 던집니다. 특히 보불전쟁이나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며 군중의 심리가 어떻게 역사적 방향을 바꿀 수 있었는지를 강조하는 부분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는 갈등의 본질을 되묻게 합니다.

군중 속에서 이성이 사라지고 감정과 충동이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개인으로서는 절대 하지 않을 극단적인 행동도 ‘군중’이라는 이름 아래 쉽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지금의 우리 현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사건 이후 한국 사회가 두 개의 커다란 군중으로 분열됐던 기억과 겹칩니다. 당시에 나타난 감정적 선동과 집단적 맹신의 모습은 저자의 이론을 생생히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신념이 어떻게 이성 아닌 암시, 전염, 반복을 통해 형성되는지를 다룹니다. 지도자는 군중을 설득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대변하고 흐름을 타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는 지금의 정치지도자들이 대중 앞에서 합리적 논리보다 강렬한 이미지와 감정적 연설에 의존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특히 SNS가 주도하는 오늘날 여론의 형성과정은 이 책이 더욱 현실감 있게 느끼게 합니다.

또한 유권자의 심리를 군중의 입장에서 해석한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후보자의 공약보다 이미지와 인상에 좌우된다고 지적하며 거창한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는 선거 전략이 통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는 마치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현실 정치의 풍경을 정밀하게 복사해놓은 듯합니다. 왜곡된 정보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결집된 유권자 군중이 어떻게 선거를 좌우하는지를 그는 100년 전에 이미 예언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저자는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을 갖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일부 인종차별적이고 여성차별적인 표현이 있으며, 군중을 지나치게 비이성적이고 위험한 존재로만 묘사하는 경향은 균형 잡힌 시각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지금 이 시대에 시민운동이나 정의로운 집회로 표현되는 군중의 긍정적인 측면까지 폄하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은 독자로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 즉 “군중은 강요된 의견을 가질 뿐 이성적 추론에서 나온 의견을 갖지 못한다”는 통찰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합니다.

한 명 한 명이 이성적인 개인이라도 집단이 되었을 때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존재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는 우리가 집단 속에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군중심리>는 단순히 ‘군중을 분석한 책’이 아니라, ‘군중이 되지 않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쉽게 여론에 휘둘리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이성적 판단 능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이야 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과서로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제 곧 이성적 판단으로 선택을 해야할 시기를 이 책을 통해 기준을 잡으며 마지막 책장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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