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오지 않는 잠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서재로 향했다.
아직은 어둑한 새벽에 창가로 밀려드는 바람은 가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정신을 차린 후 더 이상 오지 않을 것 같은 불면의 밤에 존 소포릭의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비현실적이라는 건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능력은 목표의 크기에 맞추어 성장하게 되어 있다.”
존소포릭의 부자의 언어 중에서
능력.
능력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면 언제나 비교의 그림자가 따라온다. 능력이란 타고난 재능을 말하는가 아니면 반복과 훈련 속에서 쌓이는 힘을 말하는가.
어린 시절의 나는 능력이 곧 성적표의 숫자였다고 믿었다. 사회에 나와서는 그 숫자가 직위나 연봉의 크기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능력이란 결국 나 스스로에게 맞서 싸우는 힘이며 동시에 끝내 버티어 내는 체력 같은 것이다.
병상에서의 시간은 내 능력을 새롭게 정의하게 만들었다. 내가 가진 능력은 무언가를 이루는 도구이기보다 오늘 하루를 견디게 하는 근력에 가깝다.
통증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마음. 입 안 가득 고통이 퍼져도 한 숟가락의 죽을 삼켜내는 집념.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절실한 능력이다.
능력은 더 크고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늘의 고통을 지나 내일의 나에게 닿게 하는 작은 걸음에도 필요하다.
능력은 목표의 크기에 따라 자라난다고 했지만 목표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나는 지금 ‘오늘 하루를 버틴다’라는 소박한 목표를 품고 있다.
그 목표가 나를 어제보다 조금 더 강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능력이란 결코 정지된 것이 아니라 늘 상황에 맞추어 확장되거나 수축한다.
병 앞에서는 무력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무력함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능력이 태어난다.
나는 이제 능력을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내 안의 자원이다. 필요할 때마다 새롭게 길어 올릴 수 있는 샘물 같은 것이다.
어제는 바닥처럼 보였던 그 샘이 오늘은 뜻밖에 맑은 물을 내주기도 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능력은 자라나고 또 다른 형태로 나를 지탱한다.
나는 오늘 능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능력은 보이지 않는 내 안의 무한 자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