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몸을 일으켜 서재의 책상 앞에 앉았다. 창가에서는 서서히 밀려드는 가을 햇살이 하얀 빛으로 방 안을 물들이고 있었다.
여름의 온도가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계절은 이미 겨울을 열고 있었다. 공기의 온도와 냄새가 다르고 빛의 방향이 다르고 마음의 결도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이 조용한 변화 속에서 나는 지난 한 주 동안 읽어온 책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이번 주의 독서는 ‘잠’이라는 내 삶과 너무나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주제를 다룬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저자는 이런 문장을 남겼다.
“수면줄이기라는 이 소리 없는 유행병을
21세기 선진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공중 보건 과제다.
수면 소홀이라는 질식시키는 올가미,
그것이 일으키는 때 이른 죽음,
그것이 초래하는 건강 악화를 피하고 싶다면,
수면의 개인적, 문화적, 직업적, 사회적 인식에
근본적인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중에서 487page
전환.
이 단어는 단순히 무언가를 바꾼다는 의미를 넘어 삶의 축을 다시 세우는 일에 가깝다. 변화가 외부의 흐름에 따라 방향을 조정하는 일이라면, 전환은 내면의 깊은 울림에서 비롯된 결정 같은 것이다.
이전 보다 더 나은 방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의 방식을 멈추는 혹은 덜어내는 용기를 포함한다.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이 문장을 읽으며 나 자신의 삶을 잠시 돌아보았다. 병을 겪기 전까지 나는 늘 해야 한다는 말로 하루를 살았다.
해야 할 일, 해야 할 목표, 해야만 하는 사람,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로 내 하루를 조여가며 사는 것이 부지런함이라 믿었다. 하지만 아픔은 그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아픈 몸은 내게 말했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그제야 알았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전환의 출발이라는 것을 잠을 줄이고, 식사를 건너뛰고, 휴식을 미뤄가며 나는 효율과 성취의 이름으로 자신을 희생시켜 왔다.
잠을 자는 시간은 낭비였으며, 깨어 있는 시간이 곧 생산성이라 믿었고, 피로를 감내하는 것이 어른의 의무라 여겼다.
그러나 치료의 과정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잠은 단순한 생리현상이 아니라 회복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복원하는 자연의 리듬이라는 것을.
저자는 수면을 ‘인간이 스스로를 회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행위’라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문득 내 투병의 시간을 떠올렸다. 병실의 새벽은 언제나 어둠 속에 있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 가장 간절히 기다린 것은 새벽의 빛이 아니라 깊은 잠이었다. 그 잠이 내 몸을 살리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깨어 있는 동안 쌓인 불안과 두려움이 잠의 시간 속에서 조금씩 정리되어 갔다.
잠은 생존의 수단이자 회복의 신호였다. 전환이란 바로 그런 깨달음의 결과다. 이전에는 달리던 것을 이제는 조금 늦추거나 멈추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는 원하지만 전환은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 결단 앞에서 오랜 시간을 망설였다.
그러나 몸이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다. 전환이란 새로운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 아니라 쌓인 것들을 덜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전환은 일종의 덜어냄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일의 양을 줄이고, 관계의 범위를 좁히고, 생각의 속도를 늦추는 일, 그것이 나의 회복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덜어낼수록 삶은 단순해졌고, 단순해질수록 오히려 깊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깊음의 한가운데에는 전환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제 나는 잠을 하루의 끝이 아니라 다음 하루의 시작으로 여긴다. 잠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에 가깝다. 글 속에서 쉼표 하나를 통해 문장은 이어진다. 잠은 그 쉼표와 같은 존재다.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 자신을 소비하지만 잠을 통해 자신을 다시 복원한다.
전환이란 결국 그 단순한 이치를 다시 받아들이는 일이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간다.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하루 수십 번씩 울리고 해야 할 일들이 쉴 틈 없이 밀려온다.
많은 사람들은(물론 나를 포함해서)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로 자신을 다독인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쉼이 없다. 피로를 덮은 채 달리는 일상은 언젠가 균열을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근본적인 전환이 가장 필요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전환은 이제 생존의 언어다. 그것은 단순히 생활의 패턴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태도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나는 여전히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배워가고 있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고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나의 전환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전환이라 믿는다.
나는 오늘 ‘전환’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전환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