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따뜻한 차한잔을 손에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서재의 창문을 통해 밀려드는 늦가을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 마셨다.
따스함과 차가움이 더해져 미지근한 감정이 느껴질 줄 알았지만, 책상위에 놓인 한권이책 덕분인지 몸의 체온은 더 높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달아오른 몸의 체온과 함께 열정적 끈기의 힘인 <그릿>을 다시 나의 일상에서 찾아보는 마지막 시간을 가졌다.
“실패란 있기 마련이지만 그럴 때 대처 방식이 성공여부에 가장 중요한 변수일 것입니다.
단호한 결의가 필요합니다.
교수님은 그것을 그릿이라고 하시지만 저는 불굴의 용기라고 부릅니다.”
<그릿> 중에서 331page
결의.
잠시 책을 덮고 따뜻한 차한잔으로 몸을 다시 데우며 생각했다. 결의와 결심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난 지난 7월 투병도중 병실에서 결심이란 단어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한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당시 나는 결심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결심은 감정이 아니라 실천을 부르는 명령이다”라고.
‘결심’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 네이버 블로그
이 결심의 의미를 떠올리며 난 둘의 차이를 생각해보았다. 둘은 같은 뿌리에서 시작하지만 전혀 다른 지점에서 끝난다.
결심은 머리에서 시작한다. 깨달음이나 자극, 혹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의 결단이다. 내가 정의한 것처럼 나를 깨우치며 나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상을 향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쉽게 식는다. 결심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지만, 그 나침반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 결심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결의다.
결의는 몸에서 시작된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감당하고 버티며 만들어지는 힘이다. 결심이 ‘해야겠다’는 의식이라면, 결의는 ‘해내겠다’는 실천이다.
그래서 진정한 변화는 결심이 아니라 결의에서 비롯된다. 결심이 만들어내는 것은 다짐의 순간이지만, 결의가 만들어내는 것은 삶의 방향이다.
하루를 견디는 힘, 반복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 다시 일어서는 용기.
그 모든 것은 결의라는
이름의 동력에서 비롯된다.
퇴원 후의 일상에서 나는 이 ‘결의’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몸으로 배워가고 있다.
하루하루의 운동, 규칙적인 식사, 새벽 독서, 글쓰기의 반복들이 누군가 보기에는 소소한 루틴이지만 나에겐 다시 삶을 회복하기 위한 다짐의 표현이었다.
항암과 방사선 치료가 끝난 지 석 달이 되어가지만 내 몸은 여전히 예전 같지 않다. 이제 겨우 석 달인데 기다려야지 또는 벌써 석달이나 지났는데 회복이 않된다니.
두 감정이 교차하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나에게 실천을 부르는 결심의 명령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런 순간 나를 잡아주는 그 감정은 결의가 결심보다 깊었다.
오늘도 해내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오늘도 멈추지 않겠다는 결의가 나를 움직이게 했던 것이다.
결의는 의지의 크기가 아니라,
지속의 깊이로 증명된다.
결의는 감정이 아니다. 감정은 쉽게 흔들리지만, 결의는 그 흔들림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불안이 몰려와도, 지쳐도, 스스로의 길을 다시 묻는 힘이 바로 결의다.
병원에서의 긴 시간 동안 나는 무기력과 싸웠다. 몸의 통증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마음의 무너짐이었다. 그때의 나를 붙잡아 준 것은 희망이나 위로의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자.”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한마디가 결의였다.
그 결의가 있었기에 나는 퇴원 후의 길고 고요한 시간 속에서도 다시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결의는 오히려 결심보다 거창하지 않다. 결심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지만 결의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다짐도 아니다. 그저 자신과의 약속이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아프면 잠시 쉬었다가 또 걸어가는 일들의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결의는 단단해진다.
지금의 나는 완벽하지 않다. 때론 의욕이 꺽이고, 때론 나의 결심에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조용히 다짐한다.
‘나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그 결의가 있는 한, 나의 길은 끝나지 않는다.
결국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재능이나 환경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겠다는 결의의 유무’에 달려 있다.
나는 오늘 ‘결의’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결의는 결심의 명령을 실천으로 옮기는 나의 몸짓이다.